▲ 성일호 (영어교육과 교수)

 해마다 청운의 뜻을 품고 들어오는 신입생들의 해맑은 얼굴을 보면 ‘무슨 말을 해줄까’ 고민하게 된다. 결국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게 된다. 이런 부류의 말들은 이미 신물나게 들었을 것이고 캠퍼스에 안착해 뭔가 새로운 생활을 잔뜩 기대하는 이들에게 정신이 번쩍나는 단어들을 찾아서 전달해주려는 시도는 늘 실패하고 만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이런 식의 데미안의 추억은 우리 세대에서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4,50대와 같이 아날로그식 사고방식에 익숙하고 안정을 갈구하는 세대가 매일 대하는 20대는 디지털 혁명의 첫 세대인 소위 신흥 유목민이지 않은가. 우선 세상을 접하고 해석하는 사고의 틀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고 했는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교육열의 한국사회에 사실 교육다운 교육이 있는가 하는 근원적인 회의부터 지울 수 없다. 사범대학의 영어교육과 수업시간에 늘 하는 말이지만 최소한 영어선생님 때문에 영어가 재미없어지는 기이한 운명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고 한다. 정치인들 때문에 정치가 흥미없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유태인의 초등학교 입학식에는 설탕으로 발라진 히브리어 철자 빵을 먹는 의식이 있다. 이는 ‘배움이란 사탕처럼 달고 재미나다'는 뜻으로 천재교육을 지향하는 유태인 교육의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재미없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각종 현란한 교육매체들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입과 분필하나만으로 영어교육 전문가 노릇을 하라고 가르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타입의 이상적인 대학생이 되어달라는 주문은 사실 어불성설이다. 같은 캠퍼스에서 동거하고 있지만 우리와는 사뭇 모든 점에서 다른 20대들의 문화코드를 우리 세대가 제대로 알기라도 하며 최소한 이해하려고 노력이라도 하는건가. 그들이 학점을 따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만큼만이나 말이다.

 가르치는 사람부터 진리는 존재하고 학도들은 와서 배우라는 식의 군림하는 자세를 깨고 나와야 한다. 애오라지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자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사실부터 먼저 직시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 일 호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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