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서울 청계광장과 지방 곳곳에서 연이어 열리고 있다. 이번 촛불 집회에는 10대의 어린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우리나라 시위문화의 변화도 예견되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에 이어 대학생인 20대와 1980년대 군사독재에 저항했던 386세대들이 대운하 사업과 공기업 민영화, 인터넷 종량제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해 반발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는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고 정부에서는 거리 시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시위 학생을 억압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 표현일 것이다.


어른들은 가끔 시쳇말로 ‘가방끈이 길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비도덕적인 정치가들이나 지식인 임에도 현실에 무감각한 사람들에게는 ‘가방끈 긴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못배운 우리들은 당연히 지식이 많은, 배운 자들이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기대한다.


조선시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선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의 유생들이 조정을 비판하며 ‘공관’이라고 하는 학업 중단 선언이 있을 때면 시전 상인들까지도 장사를 그만두고 유생들을 지지했다. 그들은 유생들이 자신과 나라를 위해서 직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유생은 항상 그 기대에 부응했다.

따라서 조정에서는 유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최대한 빠르게 의견을 듣기 위해서 노력했다.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도 초서로 쓸 수 없지만 관리들은 유생들의 주장만큼은 초서로 적어 임금에게 보였을 정도이다.


조선시대에도 학생인 유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법적 근거는 없었다. 다만 유생들을 억압하고 무시하는 임금은 나라를 다스릴 자격이 없는 부도덕한 인물이라고 여겼다. 암묵적으로 조선은 ‘유생들의 말이 법’인 사회였던 것이다.


또 우리가 오늘날 성군이라고 부르는 임금들은 매일 밤 유생들의 총학생회장인 ‘장의’를 불러다 놓고 이야기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물론 연산군과 같은 폭군들은 유생들의 직언이 무서워 성균관을 없애버리거나 유생들을 억압하는 등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5.18민주화 항쟁과 4.19혁명에서 그러했듯 예전부터 우리나라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온 것은 학생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껏 학생들을 이긴 정부는 없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학생들의 승리를 기대해 본다. 이명박 정부도 옛 조선의 성군들처럼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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