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에 사는 사람들은 욕심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왜 유달리 그곳에 사는 사람들만 욕심이 없다는 것일까? 그러나 그런 말이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내가 여행을 갔던 큐슈 지방에서 유명한 명소로 꼽히는 아소산. 이 산은 세계 최대의 칼데라를 가지는 복식화산으로써 지금도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화산분출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 활화산이다. 큐슈지방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 아래에 아소시가 자리 잡고 있다. 아소시는 방송국, 대학교까지 갖추어져 있는 도시이다. 정상 가까이에 올라가서 바라본 아소시는 분지처럼 움푹 패어진 곳에 조그맣게 도시가 형성되어 있었다. 높이 올라가서 바라본 광경이었기에 정말 경이롭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굉장히 신기했다. 그 주변을 산이 둘러싸고 있는데 만일 화산이 폭발하게 되면 아소시의 시민들은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정말 저주받은 시민들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소시를 통해 길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도중에 넓게 펼쳐져 있는 들판과 같은 곳에 아소산의 명물인 흑소가 뛰어 놀고 있었다. 내가 갔을 때에는 겨울이라 푸르게 펼쳐져 있는 초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흑소들은 좋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산에는 길고 까맣게 길 같은게 제각각 나있었는데 그것은 화산이 폭발했을 당시에 흘러내린 흔적으로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풀과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5분 정도 올라가니 아소산의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곳은 가스가 연신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정말 앞이 안보일 정도로 뿌연 가스였다. 이 가스는 질식할 가망성이 너무 커서 가스가 평소보다 많이 나오는 날이면 정상을 폐쇄한다고 했다. 실제로 작년 여름에 캐나다의 기자 2명이 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간 날은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정상까지 올라가 칼데라 호를 볼 수 있었다. 그 안은 너무도 아름다운 옥빛의 물이 가득했다. 

 화산이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 아소시 전체가 용암으로 뒤덮힐게 뻔하다. 만일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짐을 다 챙길 시간도 없이 그곳을 빠져나가느라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러나 아소시민들은 거의 도망가지 않고 기도를 하면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화산이 폭발해서 죽을 상황인데도 그들은 죽음을 맞는다니 참 어이없는 일이다.

 아소의 사람들은 그곳을 지켜주는 여신이 있다고 믿는다. 산들을 멀리서 보면 아소 여신이 머리를 풀어서 얌전히 누워있는 형상처럼 보인다. 여신의 배꼽부분이 바로 화산이 터지는 장소이다. 만일 살겠다고 도망가면 언제 어디서든지 아소 여신이 따라와 자신을 끝내 죽게 만들거라는 말도 안되는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여기에서 일본인들이 절실히 믿고 있는 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아소의 시민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욕심을 버리는 삶을 산다고 한다.

 일본의 많은 도시들을 둘러 보았지만 그런 곳보다는 아소산이 가장 기억에 남게 되었다. 현재에도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산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소시의 모습은 정상에서 바라보면 너무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제주도를 냄비뚜껑(가운데에 솟아있는 한라산은 냄비꼭지)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들어다가 아소시에 맞추면 완전한 냄비가 될 듯했다. 그 속에 많은 뜻을 가지고 있는 아소시와 너무도 멋진 아소산.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써 모두에게 권해주고 싶은 곳이다. 

이 원 희 (한국어문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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