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또다시 전세계의 시선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조만간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한반도의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어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원광대신문사에서는 북핵 문제의 해법을 찾아보기 위해 박찬성(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와 이연희(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의 견해를 게재한다.        /편집자
 

북핵 보유 선제공격 근거되지 못해
북한, ‘자위력’ 위해 핵보유 선택
미국, 선의의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북한이 핵을 가진 문제를 두고 시각차가 존재한다.
일 반적으로 ‘핵무기' 자체가 가지는 위험성에 주목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의외로 많은 국민들이 ‘북한핵 불안하지 않다'(58.9%,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북한핵이 통일이후 한반도의 국력에 도움이 될 것'(44.1% , 프런티어타이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해서 ‘선제공격할 명분'이 된다고 믿는 의견이다.
 
 단언컨대, 북이 핵을 가졌다는 자체로 미국이 북을 선제공격할 정당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자국의 핵무기는 버리지 않으면서 더 이상의 핵 개발은 안된다는 강도적 논리를 내세움으로써 먼저 핵확산금지의 도덕적 정당성을 훼손해 버렸다.
 미국이 이미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핵 개발은 묵인한 것이나 인도와 파키스탄이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하여 핵 확산 저지 정책은 빛이 바랜지 오래이다.
 지난 5월 2일부터 열린 NPT(핵확산금지조약) 총회에서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의 위와 같은 횡포가 성토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핵을 문제삼자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선후차가 있기 마련이다.
 
 북한의 핵개발 투명성을 국세사회에 검증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하자던 북미간 기본합의(1994년 10월 21일, 제네바)를 먼저 파기한 것은 미국이다.
 사적인 관계에서 계약서를 썼어도 일방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주먹싸움으로 가든 법정으로 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하물며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휴전상태로 60년을 보내온 두 나라가 대화를 하려면 적어도 서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은 상식적인 룰에 해당한다.
 
 제네바합의뿐 아니라 아직 잉크도 안 마른 합의문을 주구장창 파기해 온 것은 미국이다. 앞에서는 대화하자고 해놓고 뒤에 가서는 ‘선제공격'을 협박하는 상대와 어떻게 대화다운 대화가 되겠는가. ‘미국이 곧 법'인 국제사회에서는 어디 가서 호소할 데도 없지 않은가. 깡패정권으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부시가 들어선 이후 한반도에는 여러 차례의 전쟁위기가 있었다. ‘이라크 다음은 한반도’가 정설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찍이 노 대통령도 LA에서 발언한 바 있듯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북한이 핵을 가진 것은 백 번 이해가 가고도 남는 일이다. 제 집에 들어오겠다고 위협하는 강도에게 순순히 재산이며, 제 목숨까지 내줄 량이 아니고서야 목숨 걸고 싸우거나 아니면 다른 살길이라도 찾는 것이 정상이다.
 
 오히려 북한이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에 대항해 자신의 나라를 지킬 힘이 없었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까.
 미국과 같은 나라를 상대하는데서는 ‘힘'이 없이는 대화도 불가능하다.
 미국의 군사적 협박에 굴복한 이라크가 후세인궁까지 사찰하도록 내주었지만 유엔사찰단의 사찰결과(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다)에 상관없이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에 의한 고립붕괴 시도에 직면한 북한이 선택할 길은 미국에 굴복하거나 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힘'을 갖는 것, 둘 중 하나다. 북한의 선택은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자위력'을 갖기 위해 핵을 보유한 것이다.
 북한은 자신이 핵을 가진 이유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자신의 체제와 존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명백히 밝혔다. 한반도에서 미국에 의한 대북적대행위가 사라지고, 북미간에 정상적인 국교가 수립되고, 한반도에 미국이 배치하고 있는 전략, 전술핵무기를 폐기한다면, 북한도 핵을 폐기할 의지가 있다고도 밝힌 바 있다.
 전쟁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백 번 옳은 일이다.
 대화를 하자면 북한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는 것을 문제삼기 전에 미국이 왜 그토록 북한을 못살게 구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미국은 지난 세 차례의 6자회담에 참여하면서도 ‘대화는 있으되 협상은 없다'고 공언한바 있다.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는 매우 오만한 태도다.
 문제의 발단은 체제의 다름, 방식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화 일방주의, 자신의 이권에 따라 전 세계 모든 국가, 모든 민족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려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때문에 북한 핵부터가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 대북적대정책부터 철회하는 것이 수순이다. 미국은 선제공격, 무력에 의한 정복의 꿈을 버리지 않는 한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핵무기가 지구상에서 추방되어야 할 재앙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 민족의 안녕과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북한핵 뿐 아니라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1만기 이상의 핵무기도 모두 폐기되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한반도와 그 인근에 배치된 핵무기는 철수해야 한다.
 하루빨리 미국이 선의의 자세로 대화에 나올 때 한반도 전쟁위기가 희석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될 수 있다.
이 연 희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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