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카디리 서커스

 거의 하루를 꼬박 비행기를 탄 후에야 도착한 런던의 상공. 비행기 창 밖으로 그 고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템즈강을 끼고 보이는 런던성, 런던탑, 타워 브리지, 빅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의 중세 건축물과 대조적으로 같이 보여지는 현대 건축물들은 마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듯해 한 때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위용을 자랑하는 영국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처음 여행을 생각했던 시절의 흥분을 되찾은 나는 숙소에 짐을 풀고 런던 시내로 나섰다. 런던 시내를 걸으며 길을 헤매다가 피카디리 서커스라 적힌 이정표가 눈에 띄었다.

 피카디리 서커스는 뉴욕의 타임 스퀘어와 함께 최고가의 광고판 단가를 자랑하기 때문에 세계 일류 기업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곳이다. 그곳에 광고판이 걸리는 것만으로도 세계 일류의 기업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곳이다. 또한 런던을 여행하는 여행객은 보통 피카디리 서커스 중심의 에로스 동상이 있는 광장에서 시작을 하기 때문에 나의 발걸음은 그곳을 향했다. 런던의 명물 2층 버스를 보면서 피카디리 서커스의 에로스 동상이 있는 광장에 도착해 보니 벽면에 세계 유수의 기업과 함께 삼성의 로고가 커다랗게 붙여져 있었다.

 그 순간 ‘아! 삼성은 이제 세계 일류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굴지의 기업이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삼성 브랜드를 인식시키려는 노력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 외에도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며 삼성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나 LG 등의 광고판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 자국을 떠나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는데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나 보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세계 각지의 배낭 족들을 만나게 되고 짧은 영어로도 간단한 의사소통과 수다떠는 것이 가능했다. 그들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는데 보통 “한국은 중국어를 쓰니? 아님 일본어?" 이런 식의 너무 잘못된 질문들이 대다수였다. 듣고 기분 좋았던 얘기는 2002월드컵 얘기에 불과했다. 

 이럴 때 우리나라에 대해 어떻게 말할까 하다가 런던을 돌아다니며 자랑스러웠던 삼성이나 현대 등의 간판이 생각나 말을 해주면 그들은 의아한 얼굴로 삼성은 일본기업이 아니냐고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열과 성을 다해 한국 기업임을 설명했는데 미숙한 영어 실력에 자신을 책망할 수밖에 없었다. 내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는 현실이 억울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여행 자체에 언어는 중요하지 않고 급할 때는 바디 랭귀지로도 해결이 가능했기에 그리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할 때가 많았지만 정말 그런 때만큼은 영어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전까지 ‘영어는 취업을 위해 이력서에 써가는 것일 뿐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여행을 계기로 ‘영어는 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필수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해외여행은 내게 특별한 선물을 안겨줬다. 현실에 충실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다녀야 할 곳이 많고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그 때 내 자신이 떳떳하고 당당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더욱 분발해야겠다.

박 현 상 (전기전자및정보공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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