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 - DNA에 대한 공격과 방어


생물체 모든 대사와 기능 담당 ‘단백질’
단백질의 가수분해는 세포고사 과정 ‘중요’
DNA중 염기가 손상되면 암에 걸릴 확률 높아


 유전자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비유하면 DNA는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에 해당한다. 이러한 DNA는 당, 염기, 인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염기는 A, T, G, C의 4가지가 존재하므로 생명체는 1과 0의 두 가지 신호 밖에 없는 컴퓨터보다 복잡한 알파벳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염기의 배열 순서가 유전자를 구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듯이 염기들은 뜨거운 태양광에 포함된 자외선이나, 살아가기 위해 진행하는 대사과정 중 마치 매연처럼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자유 라디칼에 의해서 끊임없이 손상된다. 이러한 DNA 상해들이 발생하면 DNA 복제시 잘못된 염기쌍이 생길 확률이 커지고, 이에 따라 돌연변이, 암, 노화, 그리고 기형 등 비정상적인 현상이 초래된다. 간단히 말해 우리 몸 속 세포내의 DNA 중 염기가 손상받으면 우리는 빨리 암에 걸리고 빨리 늙어 죽으며 임산부의 경우는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천만의 말씀! 그렇게 당하기엔 삶이 너무 짧지 않은가? 세포는 DNA 상해를 없애고 원래의 염기 서열을 복구하기 위한 효소적 과정인 DNA 회복기작을 발달시켜 왔다. DNA 회복은 여러 효소작용에 의해 변형된 염기나 뉴클레오타이드를 알아내고, 거기에 붙어서 잘라내고, 빈 공간을 다시 채워 정상구조를 회복하는 절제회복(excision repair)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은 마치 도로가 파손되면 먼저 파손된 부위를 도로공사의 차가 와서 사태를 파악하고 파손 상태에 따라 적절한 보수공사 일꾼을 불러 모은 후 파손부위의 아스팔트를 들어내고 잘 다듬어서 새 아스팔트를 까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도로공사의 순찰차들은 여러 도로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파손된 도로를 보수하듯이, 여러분이 모르는 사이에도 여러분의 세포의 핵 안에서는 서로 임무가 다른 많은 종류의 효소들이 DNA를 순찰하고 손상된 DNA가 있으면 협동하여 깨끗이 고쳐 원래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DNA 회복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과도한 DNA 상해를 인지하게 되면 세포는 효소들의 복잡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자신의 DNA를 고치려 하지 않고 대신 폐기하여 세포까지 파괴해 버리는 세포고사(apoptosis)라는 경로로 빠지게 된다. 이것은 마치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도저히 안철수 백신 같은 치료 프로그램으로도 치료되지 않고 고생만 더하는 것보다 빨리 포맷하고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는 것이 현명한 것과 같다. 이처럼 내부나 외부의 자극에 의해 DNA가 손상된 세포는 그 손상의 정도가 약하면 회복이라는 경로를 이용하여 건강하게 살리나, 그 손상의 정도가 심하면 세포고사라는 경로로 빠져서 잘못된 세포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잘못된 인간은 사회에 큰 피해를 끼치듯, 잘못된 세포는 자칫 암세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흉악범을 인도주의라는 명목으로 감옥에서 보호하나 유기체는 아예 그 싹을 잘라버린다! To be or not to be?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라는 햄릿적 고민을 세포가 하게 될 때 그 의사결정의 기준은 DNA의 손상 정도라고 앞에서 말했는데, 그러한 의사 결정의 주체는 p53이라는 효소와 이에 협조하거나 명령을 따르는 몇몇 효소군들이다. DNA가 손상되었을 경우 p53 단백질은 세포의 수를 늘리는 분열주기의 검문지점에서 검문활동을 급격히 강화하여 일단 엉터리 세포의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할 뿐 아니라 검문관인 p53 단백질의 수를 늘리기 위해 p53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킨다.

 암환자가 암을 치료하기 위해 전리 방사선이나 항암제인 bleomycin 등을 처리하면 DNA 상해가 유발되는데 이에 따라 p53 수준이 신속히 증가되고, 세포주기의 G1기에서 S기로 넘어가는 과정이 일단 저지되며, DNA 상해가 적으면 회복을 담당하는 효소들이 모여지나 너무 많으면 세포고사를 위한 유전자들의 발현이 유도된다. 이 과정에서  p53은 전사인자로서 특이 DNA 서열에 결합하여 여러 유전자들의 발현을 활성화시키는데, 돌연변이에 의해 p53 유전자 자체가 불활성화되면 이러한 유전자들을 발현하지 못하여 암과 같은 조절되지 않는 성장이 일어나게 된다.

 p53에 의해서 활성화되는 유전자의 산물 중 mdm2 단백질은 p53 단백질에 결합하여 p53의 활성화 영역을 가려줌으로써 전사 활성을 억제하여 암으로 진행시킨다. 따라서 p53과 mdm2 간의 상호작용은 자가조절 loop을 진행하고 이것은 생리적인 조건하에서 p53 활성의 정도와 시간을 유지시키는데 작용한다.

 또다른 p53의 표적유전자 산물인 p21은 세포주기를 진행하는 cyclin-의존성 kinase(CDK)의 저해제로 작용하여 DNA 복제와 세포분열을 방해하며, PCNA와 작용하여 DNA 복제를 억제한다. X선과 같은 DNA 상해요인은 p53을 활성화시켜 p21, MDM2, 그리고 GADD45 등의 하류에 있는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 방사선에 의해 유도된 세포주기의 정지는 멜라노마 세포에서 GADD45의 유도가 안되고 p53-p21 경로에 의해서 일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에 GADD45가 유도된 melanoma 세포에서 p21 mRNA의 계속된 발현의 유도는 없으나, 결손 GADD45를 유도한 세포에서 p21을 상보하고, 자외선 상해에 대해서도 p53은 Gadd45을 통해 DNA 회복과

 한편, Interleukin 1 beta-converting enzyme(ICE) 상동체 유전자들에 의해서 촉진된 단백질의 가수분해는 세포고사 과정에서 중요하다. 그중 CPP32는 세포고사의 초기에 DNA 사 절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효소인 PARP을 분해한다. 따라서 세포고사에서 CPP32의 중심적인 역할은 핵내에 존재하는 DNA 회복 단백질들을 분해시켜 이들의 중요한 항상성 기능을 없애버린다고 생각된다. 이는 마치 잘못된 독재 국가를 전복하려는 혁명군이 독재자의 친위대들을 먼저 제거하는 것과 유사하다.  

 물체 내의 모든 대사와 기능을 담당하는 물질은 결국 단백질이며 암을 포함한 모든 질병과 생리현상은 생체내 단백질체의 양과 질적 상태의 역동적인 변화와 관련되고, 단백질체학(proteomics)은 단백질체의 발현,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로 잘 정립되어 왔다.  Proteomics 연구를 통해 세포에서 합성되는 단백질들의 발현정도, 전사 후 변형상태, 단백질간 상호작용의 네트웍 등의 질적 양적 상태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하여 세포의 생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생체내의 단백질 발현의 시간상 변화와 공간상 이동 양상을 규명하여 유전자, 단백질 및 질병간의 기능적 연결지도를 작성하게 한다.

 이상의 개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DNA 상해에 의한 유전독성을 DNA 회복계에 의해 감소시키거나 세포고사로 유도되는 분자기구는 아직 잘 밝혀지지 않은 분자간 토론 (cross-talk)과정을 거쳐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화나 암의 발생기작 중 유전독성의 감소 또는 항암제 투여 후 암세포의 세포고사를 증진하거나 정상세포의 세포고사를 감소시키는 천연물질의 예를 들면, 녹차 추출물, 인삼 사포닌, 플라보노이드나 케로틴 또는 비타민 C 같은 항산화제 등을 검색해 내고, 효소적 토론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탐색하며 그 작용기전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일은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나 노화를 지연시키는 항노화제 개발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웰빙 산업의 기초로서 산업적 가치가 상당한 이런 분야의 연구에 대해 실제로 외국 유명 제약회사들은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고, 우리나라도 시급히 연구 규모를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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