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열풍을 뚫고 야성을 컨셉으로 한 짐승돌(짐승+아이돌) 2PM의 리더 박재범 군이 한국 비하 발언 논란 4일만에 그룹 탈퇴에 이어 한국을 떠났다.

이렇게 일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과연 당사자와 기획사 관계자들만의 판단으로 가능했을까. 그보다는 거침없이 악플을 퍼부은 일부 누리꾼들과 이들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퍼다 실은 여론의 영향이 더욱 컸으리라 짐작된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5년, JYP엔터테이먼트의 연습생이었던 박 군이 미국 소셜네트워크 사이트(한국의 싸이월드)에 당시 자신이 느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조소적인 글을 썼던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데뷔 후 한창 인기를 끌던 중 이 글이 무단 유출돼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가수는 하루아침에 무수히 많은 꼬리표를 단 대역죄인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물론 그가 교포 출신 인기가수이기에 그와 같은 발언이 더욱 집중받고 그만큼 실망감과 함께 배신감, 분노가 잇따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뭉친 한국에서 자국에 대해 비하하는데 그 누가 가만히 있겠느냐만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걸 보니 무차별적 언어 폭력과 무분별한 기사들로 똘똘 뭉친 󰡐정보의 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국을 비하한 댓가에 맞서 똑같이 한 인격체에게 비난의 글을 쏟아낸 누리꾼들의 행동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한국에 돈 벌러 온 미국인󰡑, 󰡐양키 고 홈󰡑 등의 악플들로 시작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들을 마구 퍼부은 누리꾼들을 보면서 하나의 인격체가 󰡐국가󰡑만큼 보호받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씁쓸함을 느꼈다. 더욱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박재범의 추방 및 입국금지 청원󰡑과 󰡐박재범 자살 청원󰡑까지 논의된 바 있다. 멀쩡히 붙어있는 목숨까지도 이래라저래라 하는 누리꾼들을 보면서 인터넷 상에서의 보이지 않는 폭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인터넷 상에서 사적인 공간이 무단 유출된 데에는 일말의 책임도 묻지 않은 채 오로지 비하글을 해석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던 언론 또한 과연 공정했다고 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난으로 시작된 댓글 문화는 여론을 형성해 결국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는 곧 언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러한 언론플레이는 불붙은 악플에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더 큰 비난을 낳고 만다. 이와 같은 악순환이 계속 반복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공정하고 깨끗한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제 역할 그리고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개 토론의 장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상에서 올바른 댓글문화가 먼저 형성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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