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박정희 혈서󰡑라는 말이 인기검색어에 오르며 한국인들의 친일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친일󰡑, 󰡐친일파󰡑라는 말을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고 생각해봤을 것이다. 󰡐친일󰡑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일본과 친함󰡑, 󰡐일제강점기에 일제와 야합하여 그들의 침략․약탈 정책을 지지․옹호하여 추종함󰡑이라는 뜻으로 나와 있다. 지금은 이웃나라라 불리며 활발한 교류를 맺고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는 일본의 억압을 받았었다. 억압 받던 시대에 한국인이 일본이라는 나라에 가서 일본 국가에 충성을 다짐하고 맹세를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수치스런 행위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요즘 󰡐친일인명사전󰡑에 무용․음악․문학계 예술가들의 이름이 기재되면서 우리 사회에 하나의 과제를 남기고 있다. 예술가들을 단순히 친일로 규정하느냐 아니면 그들의 작품을 예술로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은 우리나라에 간접적이거나 혹은 직접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그들의 작품을 마냥 친일이라는 색깔로 치부해버릴 수는 없기도 하다.

한 예로 󰡐친일인명사전󰡑에 기재된 「태평천하」라는 작품의 채만식 작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채만식 작가의 고향인 군산시에서는 사업비 4억 원을 들여 채만식 작가의 생가터를 매입해 문학공원을 조성하고 2012년까지 󰡐채만식 문학촌 조성󰡑사업에 매진할 계획이었으나 󰡐친일인명사전󰡑으로 인해 현재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 익숙하게 들어왔던 문학작품의 여러 작가들 중 대부분이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기재됨으로써 우리가 과연 친일파 작가들의 작품을 배우고 공부를 해야 되는 것인가 하는 혼란이 생긴 것이다.

친일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발성󰡑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시켜서, 주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이 선택한 친일 행위가 가장 명백한 친일 행동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학작품 속의 작가들을 그 이름뿐만 아니라 󰡐작품󰡑을 보고 하나의 󰡐예술가󰡑로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친일 행위를 한 󰡐친일파󰡑로 치부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친일파에 대한 안 좋은 인식과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알고 있던 인물들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학창시절 그리고 시대를 초월해 많은 한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친 예술가들의 작품인 만큼 그들을 규정하는 올바른 그리고 신중한 잣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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