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모 방송국에서 아동성범죄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한 아동성범죄 사례를 심층적으로 다루며 피해 아동들의 정신적 고통과 가족들의 고통을 담아냈다. 그 후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이 사례를 프로그램에 나온 피해 아동의 가명을 사용해 󰡐나영이 사건󰡑이라고 이름 짓고 관심을 집중시켰다.

강간에 의한 영구적 항문 손실 및 괄약근 파열, 영구적 회장루. 9살의 어린 소녀가 안고 가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을 남긴 사건이었기에 온 국민은 분노했다. 국민은 어린 소녀에게 이 같은 상처를 남긴 인면수심의 범인과 범죄자의 결백 주장, 그리고 나영이 가족이 살고 있는 안산시가 가족들에게 한 처우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크게 논란이 됐던 점은 누리꾼에 의해 실명이 밝혀진 피의자 조두순이 범행 당시 만취상태였던 점을 감안해 심신미약감경을 이유로 감형 받아 12년의 형량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였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을 범행 장소로 선택했다는 점, 자신의 범행 흔적을 없애고자 아이의 신체를 훼손한 점을 보아 과연 피의자에게 󰡐판단능력이 흐려질 정도로 술을 잔뜩 마신󰡑이라는 의미의 󰡐만취󰡑라는 단어를 써서 감형을 한 법원의 판결이 진정 사회정의구현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심스럽다.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영구적으로 정신적 고통까지 안겨주는 범죄이다. 그래서 성범죄자를 󰡐영혼의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동성범죄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숙한 아동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성인이었을 경우보다 훨씬 큰 고통을 당한다. 그 고통은 범행 당시의 상황과 피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고를 하고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2차적인 정신적 고통이 뒤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아동성범죄는 미신고 암수범죄로 묻히는 경우가 많아 그 피해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느 범죄보다도 재발의 가능성이 높은 아동성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하여 형량을 높이고 전자발찌, 신상정보공개 등의 엄벌적인 조치를 취하는 일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아동성범죄의 심각한 현실을 알리고 그 동안 피해아동의 부모가 신고를 꺼렸던 원인인 조사방식을 아동의 정신적 고통을 최대한 배려하는 조사방법으로 바꿔야한다. 그래서 피해를 당한 경우 신고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피해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덜 수 있는 사회적 서비스도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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