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러시아 알타이 지방 국립 사범대로 단기 어학연수를 떠난 강모 씨가 청년 3명에게 집단구타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한 지 4일 만에 뇌손상으로 숨졌다. 이 사건이 일어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7일에는 모스크바 국립 영화대학에 재학 중인 심모 씨가 목 부위를 칼로 찔려 치료 받는 등 러시아에서 한국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행․살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강모 씨를 살해한 러시아 청년 3명은 그동안 동양인과 아프리카인을 대상으로 10건의 폭행․살인 사건을 저지른 전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범인을 관리하는 러시아 당국에도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005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한국인 교민 및 유학생 대상 폭행․살인 사건은 집단 구타 및 흉기로 인한 상해와 인화성 물질 테러로 인한 화상 등 그 방법도 다양하다.
이런 사건은 러시아에 존재하는 극우파의 외국인을 혐오하는 인종차별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일명 󰡐스킨헤드󰡑라고 불리는 극우 인종주의자들은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를 기점으로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현재 모스크바에만 20여 개의 단체가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악화되는 자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실업확산이 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으로 번져 이런 사건의 발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작년 한해 인종혐오로 발생한 범죄는 총 215건으로 74명이 숨지고 280명이 부상을 입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폭행과 살인 사건이 지속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외교적 움직임은 미약해 보인다. 외교부는 러시아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에게 안전수칙을 알려주고 지난 11일부터 5월 31일까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러시아 전역을 한시적으로 여행경보 1단계인 '여행유의 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에서 "정당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반발하자 우리 당국은 유학생 및 교민을 위한 조치이며 러시아 당국의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전혀 충분치 않다. 우리 국민이 낯선 곳에서 단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이없게 살해를 당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 외교부는 러시아 정부 측에 사과요청과 앞으로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해야한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는 안정만을 추구하는 외교를 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말로만하는 교민안전이 아닌 실질적 외교를 통한 교민안전의 길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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