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8천급 14개봉(가셔브롬Ⅱ, 에베레스트, 시샤팡마, 초오유, K2, 마칼루, 로체, 브로드파크, 마나슬루, 칸첸중카, 다울라기리, 낭가파르바트, 가셔브룸, 안나프루나)를 모두 오르는 데 걸린 시간만 13년이 걸렸다. 지난달 27일 히말리야의 안나푸르나, 해발고도 8,091m의 정상에 태극기를 꽂은 여성 산악인 오은선.
세계에서 20번째, 여성 산악인 최초로 14좌 완등자에 이름을 올린 그녀가 정상에 서서 "이 기쁨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며 흘린 눈물은 어두운 소식으로만 가득 채워진 뉴스에서 오랜만에 보는 훈훈한 뉴스였다.
8000m가 넘는 봉우리 14개를 넘는 13년간의 시간은 매우 혹독했다고 한다. 8,000m급 고지의 가파른 벼랑을 산소마스크도 없이 무산소로 올라가고 추위와의 싸움과 같은 육체적 스트레스는 물론,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과정에서 동료 산악인이 로프에 매달려 숨져 있는 것을 보고도 정상에 올랐다고 해서 '독한 년'이라는 비난도 들어야 했다. 또 완등 경쟁을 하던 고미영 대장이 지난해 낭가파르바트에서 하산 길에 사망하자 경쟁자이자 동료인 오은선 에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사망이다"라는 비난이 일기도 하는 등 정신적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산에 대한 열망과 열정이 다른 사람보다 유난할 뿐"이라고 완등 소감을 밝힌 오 대장은 히말라야에 가고 싶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또 히말라야에 가고 싶어 경비를 마련하느라 학습지 선생님, 스파게티 가게를 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또 마지막 완등에 성공한 안나푸르나에서는 경쟁자이자 동료인 고 고미영 대장의 영정사진을 안고가 함께 안나푸르나에 오르자는 약속을 지켰다.
기자는 그에게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세상의 모든 시선을 뒤로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결정하는 모습에서 남들을 이끌어야 하는 '대장'의 기질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14좌 완등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어떠한 것에 열망과 열정이 유난하다면 어떤 일이든 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아직 세계 최초 8000m급 14좌 완등의 공식적 기록인증을 위해선 히말라야 등정기록자인 엘리자베스 홀리씨와의 인터뷰가 남았다. 오은선이 2009년 칸첸중가 등정을 두고 13좌를 오른 스폐인의 에두르네 파사반이 제기한 의혹으로 논란인 상태(disputed)이지만 그녀는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것은 분명하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