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시인을 기억하는가? 그는 지난 1988년에 우리대학 국문학과에 입학해 시인을 꿈꾸며 문학활동을 했던 동문이다. 그러나 1999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열정적인 문학청년으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우리가 지금 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직 글에 대한 열망으로 들끓던 문학청년의 한 시절을 겪게 마련이다. 재학시절 원광대신문 기자와 원광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김용 역시 그러한 문청의 한 사람이었다. 비록 갑작스러운 사고가 그의 꿈을 앗아갔지만, 유족과 지인들은 남겨진 작품들을 모아 『꽃은 잎을 잊는다』라는 유고시집을 2001년에 발간하게 된다. 살아서 시인을 꿈꾸었던 그의 문학적 열망은 마침내 세상을 달리하고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를 가슴 뭉클하게 하는 것은 유족들이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학적 열정을 기리기 위한 기금을 선뜻 내놓았다는 데 있다. 그래서 '김용 시창작기금 운영위원회'가 구성돼,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시 창작 능력이 우수한 우리대학 재학생 중 1명을 선발해 소정의 창작기금과 함께 창작열을 북돋우는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결국 시인을 꿈꾸던 한 문청이 있었고, 불의의 교통사고가 있었으며, 그의 생명과 맞바꾼 보험금은 이제 창작기금으로 제정되어, 후배들의 문학적 열망을 격려하는 뜻으로 소중히 쓰이게 된 것이다.

 시인과 작가를 꿈꾸는 문청들을 위한 여러 가지 지원 제도와 문학상이 있겠지만, 이 김용 시창작기금만큼 우리를 짠하게 만드는, 학교사랑의 아름다운 사업이 또 있을까 싶다. 이 기금이야말로 우리대학의 문학전통을 더욱 빛나게 할,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문학상으로 기릴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우리대학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학상으로써 그 홍보효과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매년 시 창작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여 상패와 함께 기금을 수여하는 이 사업은 지난 해까지 4회째 시행돼 왔다. 올해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유족들은 이 기금이 고갈될 때까지는 어떻게든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 사업은 유족들과 몇몇 지인들의 참여에서 그칠 게 아니라 우리대학의 구성원 전체가 관심을 갖고 확대 추진해 나가야 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학측과 총학생회, 대학발전위원회, 그리고 동문회 등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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