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옛 안기부)에서 조직적으로 도청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공식적으로 '도청은 없다'고 밝힌 김대중 정부하에서도 도청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검찰에서는 국정원 간부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도청 문제의 발단과 그 문제점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대통령 빼고 다 도청했다"
 국정원의 미림팀 팀장이었던 공운영 씨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특히 불법 도청이 과거 김영삼(YS) 정부때는 물론이거니와 김대중(DJ) 정부때도 이뤄졌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불법 도청 문제의 발단은 1997년, 대통령 선거 자금 지원을 위해 논의를 하던 삼성그룹 임원과 중앙일보 사주가 모 대통령 후보에게 돈을 건네기 위해 이뤄진 은밀한 대화를 안기부가 운영하던 특수 도청팀(미림팀)이 도청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도청된 테이프는 공팀장이 강제 퇴직 당할 때 모두 수거(국정원 발표)했으나 그 가운데 반납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던 일부 테이프가 MBC 이상호 기자에게 입수 되고 언론에 공개되면서 불씨가 커졌다.

 미림팀은 도청 목적이 정권 실태 파악과 야당 지도자 주변 인물의 동향 파악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국정원은 안기부 시절 때부터 정치인을 둘러싼 관계자, 경제인, 언론인은 물론 민간인을 대상으로 유·무선 통화내용까지 불법 도청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2002년 3월까지 도청했다'는 국정원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이 진술을 뒷받침할 명백한 자료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채 국정원 전직 주요 간부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수사 시작 단계부터 검찰의 편파적인 수사에 대해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불법 도청을 언론에 공개한 이상호 기자를 먼저 조사하기 전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부터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청 없다'고 밝힌 현 정부도 믿을 수 없다


  불법 도청 사건 '음모론'주장은 다소 '무리'


  정보의 독재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시급

 이렇게 이건희 회장이 X파일의 도마에 오른 것은 X파일 녹취록에 "회장님께서 말씀하십디다"라는 삼성 이학수 부회장의 말에서 비롯된다. 더구나 도청 내용에는 삼성그룹이 그동안 주요 검찰 수뇌부를 대상으로 떡값 명목의 뇌물을 건넨 사실도 있어 그 파장이 일파만파다. 이런 정치 자금 제공과 관련된 설들은 국민들에게 정치-경제-언론 유착의 썩은 관행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한편 김대중 정부까지도 불법 도청이 이뤄졌다는 국정원의 발표는 민주당과 김대중 죽이기라는 음모론으로 호남지역에 확산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8월 9일부터 10일까지 미디어리서치에서 호남지역 성인 남녀 1천7명을 대상으로 '불법 도청의 음모론'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첫째로 '불법 도청 사건 음모론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32.9%가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25.4%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18.1%,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가 13.3%,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견이 10.3%로 나타났다. 이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호남 죽이기나 DJ 죽이기 음모론으로 확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어 '현 정부에서도 불법 도청을 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61.1%가 '도청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반면에 '도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응답은 22.3%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라는 답은 16.1%로 집계됐다. 이는 현 국정원이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불법도청은 없다'라는 주장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현 정부도 불신의 대상임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국민들은 불법 도청이 정치나 경제계의 유력인사들 뿐만 아니라 평범한 개인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오늘날 필수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휴대전화 도청 공포는 단순히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넘어갈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우리나라의 도청 실태와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국정원의 도청수준은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이라는 미국의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중앙정보국)나 NSA(National Security Agency·국가안보국)보다 앞서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의 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두고, 인간·상호·영상 정보로 나눠 각기 다른 기관에 맡겨 우리나라와는 달리 정보 독재를 막고 있어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도청을 원천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서는 법이 인정한 감청에 대해서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대학 이우정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도청은 국가안보라는 탈을 쓴 비도덕적 행위이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는 도청이 암암리에 이뤄지기 전에 법이 인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감청이 제도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도청으로 인해 국정원은 국정원이 해야 할 일과 가야할 길에 대해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검찰도 우리사회에서 '불법 도청'이란 단어가 다시는 거론되지 않도록 냉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하며 국민이 조사결과를 지켜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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