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 광 섭 (법학과 교수)

불법도청·인권 탄압, 부정적 인식 끊어야

 최근 지난 정권에 의해 자행됐던 불법도청의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전 국민들은 정치, 경제, 사회, 언론 등 상층 지도자들의 부도덕한 단면을 속속히 알게됨으로써 개탄과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불법도청이 문제인지, 도청내용에 담긴 부도덕한 추행들이 문제인지, 아니면 두가지가 다 문제인지 모를 정도로 국정원의 도청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대처가 나눠져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그런 가운데 우리 국가사회의 안위를 지키는 최첨병의 역할을 해온 국정원의 존폐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이 사회의 진실과 거짓, 정의와 기만, 믿음과 불신 등에 대하여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가치관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정원은 '정보가 국력이다'라는 목표를 지향하는 가운데,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 대정부 전복, 방첩, 대테러, 국제범죄조직)의 수립, 작성 및 배포를 주요 직무범위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외정보업무를 유기적으로 통합관리하고 있다.

 최근들어 불법도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국내외 정보업무의 기능을 분리하고, 국정원은 해외정보업무만 담당하게 하자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익을 위한 정보활동은 국내외 정보를 총망라할 수 밖에 없고 테러, 마약, 인신매매, 신무기개발, 산업정보유출, 국내, 남북간, 국제간의 국가안전보장 등 글로벌화 되어 있는 사안에 대한 대처는 국내와 해외 정보활동의 유기적인 협조와 통합 없이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불법적인 도청, 인권침해 등의 사유로 인하여 국내, 해외정보의 분리운영 내지는 국내정보업무활동의 대폭적인 축소는 국가운영의 경쟁력인 정보력의 빈곤을 가져오고, 복잡다기한 폭발적인 사회분화적 갈등과 분쟁의 해결에 있어서 손실을 가져 올 수 있음을 주목하여야 한다. 최첨단 신기술의 해외유출 적발, 국민건강을 해치는 국제적 마약사범의 검거, 대테러 및 대간첩 활동, 긴장을 풀 수 없는 남북관계, 국익을 우선시하는 해외정보 활동 등 혁혁한 활동을 접할 때면 '아! 그래 국정원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을 가지는 일들이 많이 있어 왔음도 기억하여야 한다.

 흔한 말로 '빈대잡기 위하여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반인륜적인 고문, 정치사찰 및 공작, 도청, 납치 등 과거의 어두운 면면을 수없이 떠올리면 당장 국정원은 해체하든지 축소하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수의 정치권력자나 그 수행자에 의하여 저질러진 비극이다. 그렇기에 금번의 국정원의 불법도청에 대한 고해성사는 앞으로 절대 그러한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는 역사와 민족에 대한 약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 들어서도 탈정치화, 탈권력화의 길을 가기 위하여 부단한 내부혁신을 해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선결하여야 할 것은 아직도 비밀속에 들춰내어지지 않은 많은 인권침해 및 정치개입 시비를 고백하고 털어내어 더이상 국정원이 소수의 그릇된 인사들의 놀잇감으로 전락하는 것을 스스로 막아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국정원에 대하여 국가안위를 지키는 한가족이라며 반기면서 아껴줄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여야 한다.

 국정원 가족에게 당부하고픈 말은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국정원의 바로서기는 어느 누구에 의하여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국정원 가족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국정원의 과거로부터 있어 왔던 불법도청, 인권탄압과 부정적 역사적 악행에 대하여 들끓고 있는 감정도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국정원을 당장 폐지한다거나, 국가정보활동의 유기적 통합성을 도외시한 채 일부 부정적 면만을 성급히 척결하고 보자는 조급성도 경계하여야 한다.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를 해주면서 그들 스스로의 개혁이 완수될 수 있도록 차분히 기다려 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한다.

송 광 섭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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