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64년만의 전라북도 일원에 내린 초유의 집중호우로 인해 7명의 인명 피해와 2만2천900ha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폭우로 인해 공공시설이 2천950억원, 농경지가 1천600억원, 기타 433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잠정 추정된다.

 막대한 피해를 입은 전북 농민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이에 기자는 8월 30일 '전라북도 수해지역 특별재해지역선포와 농민생존권 쟁취를 위한 전북농민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주 코아백화점 앞을 취재차 방문했다.

 이 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농민대회는 전라북도 14개 시·군 농민 2천500여 명이 참여해 이번 수해피해의 심각성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코아백화점 앞 도로를 가득 메운 농민들은 거리가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전북 농민 똘똘 뭉쳐 재해보상 받아내자', '농민의 생존권 보장' 등의 글귀가 적혀있는 현수막을 들고 하나된 목소리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농민들은 정부의 비현실적인 수해피해 대책에 대한 항의와 피해복구를 위한 행정·재정적인 지원을 촉구하면서 특별재해보상지역 지정,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수해지역보상책 마련, 농지구입금 및 이자 감면 등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에 참여한 이훈재 씨(48세, 농부)는 "매년 되풀이 되는 수해피해로 인해 농민들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다"며 "정부는 실질적이고 성의있는 대책을 마련해 농민들의 고충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초청연사들이 연설을 마친 오후 4시, 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중앙동에 위치한 열린우리당 전북도당을 향해 1km가량 거리행진을 벌였다. 거리행진 도중 많은 인파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에 조미정 씨(28세, 전주시민)는 "퇴근 시간에 중심지인 관통로 사거리로 농민들이 거리행진을 펼쳐 전주시의 교통이 한 때 극심하게 마비됐다"며 "나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이 한 시간 동안 옴싹달싹 못해 불편을 느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열린우리당 전북도당 앞에 집결한 농민들은 침수된 벼를 태워 피해 대책 마련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보였으며 집회에 참여한 한 농민은 분신 자살을 기도했으나 다른 농민들의 제지로 실패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시위가 끝난 이틀 뒤인 9월 1일, 열린우리당 제1.4정책조정위원회와 수해대책 관련 부처간에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개최하고 전북 수해지역에 대해 이재민 구호 기간을 90일에서 최대 180일까지 확대해 줄 것이며 재정부담 경감을 위해 지방비 부담분인 2천205억원 중에서 1천540억원을 국고에서 지원해주기로 했다. 또한 올해 전체 피해규모를 감안해 여름철 재해기간이 끝나도 특별교부세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기후 여건상 매년 수 천억원에 해당하는 수해피해를 입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확실한 대책마련을 하지 못하고 농민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관련 법규의 기준만을 따지고 있어 그 피해가 되풀이 되고 있다. 정부는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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