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 낙하산과 사다리 없이 너와 같을 수 없어. 낙하산만 준비된다면 문제없어. 하늘을 날 수 있어. 너와 똑같이~”
길거리를 지나가다 우연히 이러한 가사의 곡을 듣게 됐다. 그 곡을 찾기 위해 집에 와서 가사를 검색해봤다. 빠른 템포의 신나는 곡의 분위기와 상반되게 내용인즉 사회에서 쉽고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인 ‘낙하산’과 ‘사다리’를 인용한 풍자적인 노래였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를 혹시 아는가. 바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다. 그는 인디밴드 계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원맨밴드 이진원 씨(37세)다. 지난 1일 오전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있는 것을 지인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6일 오전 8시 13분에 그는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이름으로 2003년 첫 앨범을 발표하고 최근까지 활발하게 음악활동을 해왔던 그는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남기고 우리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씨는 음원 사용료가 일정액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디지털음원사로부터 한 푼의 음원수익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한겨레신문사 11월 4일자). 특히 싸이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수익금을 사이버머니인 도토리로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그의 죽음이 사회 속에서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중’이라는 넓은 무대 위가 아닌 ‘인디’라는 작은 한 공간에서 노래를 불렀던 소위 비주류의 가수인데도 말이다. 만약 소녀시대처럼 현재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대형가수한테도 그렇게 수익금을 도토리로 지급했을까.
이처럼 우리사회는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계층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 소녀시대는 주류계층, 이 씨는 비주류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씨처럼 소위 비주류음악을 하는 ‘인디’의 개념은 예전 우리사회에서 비주류계층으로 속했다. 그러나 이 씨의 죽음에 대한 의미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은 비주류가 보편적인 문화와는 다른 특별한 것이라는 개념이 새로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 아닐까. 비주류의 원뜻은 ‘사상이나 학술 따위의 중심에서 벗어난 갈래’ 또는 ‘조직이나 단체 따위의 내부에서 소수파를 이르는 말’을 뜻한다. 비주류계층이란 것이 그저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제는 또 다른 계층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때다. 이것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 씨가 남기고 간 음악의 이유이며 우리들이 앞으로 이끌고 함께 보듬어 가야하는 또 하나의 부분인 것이다. 예전과 같이 비주류계층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마냥 치부해버릴 수는 없는 것이라는 말이다. 주류,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따라 걸어간다면 그것은 남들이 몰랐던 새로운 길일 것이다.
‘청춘은 고장난 탱크와 같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누구나 그런 모습으로 내일의 문 앞에 서있었다’ (박민규 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 말처럼.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