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아침을 맞는다. 그러나 그 아침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아침은 아니다.

 아침을 맞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운동복을 입을 것인가, 양복을 입을 것인가,
아니면 교복을 입을 것인가가 정해지며, 그 사람이 선호하는 교통수단에 따라 어떤 방법으로 이동할 것인가가 정해진다. 또한 자신의 목적지에 언제 도착할 것인지, 도착해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에 따라 각자는 자신의 하루일정을 계획하게 되며, 그러한 계획은 실행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수많은 선택과 수정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우리대학에 다니고 있는 A라는 학생이 아침 일찍 일어나 지난밤에 보았던 책과 공책을 챙겨들고 옷과 신발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공부할 수 있는 강의실이나 도서관을 찾아가 열심히 책을 뒤적이고 있다면 이 학생은 아마도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학생이 잘 차려입은 외출복에 미장원에서 손을 본 듯한 머리를 하고, 책이나 필기구도 없이 손바닥만한 핸드백 안에 휴대전화기와 화장품 몇 개를 챙겨들고 학교에 왔다면 이 학생은 시험 준비, 즉 공부를 하기 위한 바른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형식은 보여지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리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의 예를 통해서 형식, 즉 외적인 모습을 통해 그 학생이 현재 처해있는 내적 상태(내적 이미지)를 추론할 수 있었다. 이는 곧 형식이 내용을 담는 중요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우리가 원하고 예측할 수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하고 정리해 이를 현실에서 실천한다. 디자인 또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하고 정리한 후에 실행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과 디자인 과정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우리 모두를 디자이너라고 칭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

 디자인(Design)의 사전적 의미 역시, '계획하다', '설계하다'라는 의미인 라틴어 '데지그나레(desinnare)'에서 파생된 말로, 넓은 의미로는 '완성하려는 사물이나 행위를 위한 준비와 계획의 결정과정'을 의미한다.

 물론 조형분야에서의 디자인은 일정한 용도를 갖는 물건을 만들려고 할 때, 용도에 적합하면서도 아름다운 형태를 갖도록 구상해 제작하는 것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의 디자인이란 조형 활동 이전의 인간의 모든 의식적 행위를 설명한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동·식물은 어떠한가? 넓게 보았을 때, 인간뿐만 아니라 식물과 동물도 아침을 맞는다. 식물의 경우 낮에는 꽃을 피우고 밤에 꽃잎을 닫으며, 동물은 사냥을 하고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디자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그것을 디자인(Design)이라 부른다면 인간의 디자인 과정(Design Process )을 지적 사고의 과정이 아닌 단순한 우연의 부차적 소산으로 돌려버리는 셈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을 의미 있게 계획하고 정리할 수 있는 것을 디자인이라 할 수 있으며 이같이 디자인한 오늘은 나의 내일이 되고, 미래가 되며, 인생이 될 것이므로 우리는 디자인 프로세스 과정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김 희 정 (시각정보디자인학과 시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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