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과 이배는 중국인 교환학생이다. 2년 전 ‘한국어 읽기’ 시간에 우리는 만났다. 왕관은 활발하고 이배는 수줍음이 많다. 가끔 연구실에 찾아와서 상담도 하고 고향에 다녀왔다며 차(茶)를 놓고 가기도 했다. 왕관과 달리 이배는 아직 한국말이 능숙치 않다. 그러나 의사소통은 눈빛과 억양 등 다양한 경로로 이뤄진다는 것을 나는 그 친구들에게 배웠다.
 
 지난 5월 왕관과 이배가 자취방으로 나를 초대했다. 스승의 날 무렵이었을 것이다. 식탁에는 정성스럽게 만든 중국 음식이 있었다. 나는 이배가 듬뿍 퍼준 밥을 고맙게 다 먹었다.(사실 밥알이 설익었다.)
 
 지루한 비가 내리던 지난 여름, 왕관은 졸업해서 서울로 이사하게 되었다. 마침 서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어서 기꺼이 동행했다. 비 오는 왕십리 역 근처에 그와 이사짐을 내려주고 오는데, 뒷거울로 그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비를 맞으며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가끔 배갈 한 잔에 ‘짜장면’을 곱빼기로 시켜먹을 것 같다. 오히려 내게 많은 걸 가르쳐 준 내 어린 친구들을 생각하며 입가에 묻은 짜장 소스를 그리움처럼 핥아 먹을 것이다.
 얼마 전 국립국어원은 ‘짜장면’과 ‘자장면’ 모두 표준어로 정했다. 언어생활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는 단어들이 동시 표준어, 혹은 별도 표준어로 채택된 것이다. 또한 동요 ‘퐁당퐁당’의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주다’는 표현이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이다’의 잘못된 표현으로 지적되었으나, ‘간질이다’, ‘간질어주다’와 모두 표준어로 인정되었다. 그 외 ‘눈꼬리’, ‘나래’, ‘내음’도 새로 표준어가 되었으니 언어는 대중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약속’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개강 첫 주, 조용했던 캠퍼스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이번 학기에도 강의실이라는 작은 연못에 신나는 말을 던져서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간질어줘야겠다. 내 수업시간에 퐁당퐁당 좋은 울림이 아이들의 마음속까지 퍼져나가길 바란다.   
 
▲ 곱배기(×) → 곱빼기(○), 빼갈(×) → 배갈(○)
곱빼기는 두 배를 가리키는 고유어이며, 배갈(baigar)은 수수를 원료로 하여 빚은 중국 소주다. 빼갈이라는 말보다 고량소주 혹은 고량주로 바꿔 쓰자.
 
▲ 지리한(×) → 지루한(○)
시간이 오래 걸려 싫증이 나다는 뜻의 ‘지루하다’를 간혹 ‘지리한’으로 바꿔 쓰는 경우가 있다. 잘못된 표현이다. 지루한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말은 ‘무료하다’. ‘지질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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