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면 <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와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원고를 번갈아 싣습니다.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는 지금 우리 시대의 학문과 사유에 있어서 중심이 되는 화두나 이슈를 짚어보고 이를 통해 미래의 방향까지 가늠해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세계고전강좌》는 고전과의 대화를 통해 시대와 문명, 인간과 자신을 이해하고 오늘의 현실을 사유하는 열린 정신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 두 가지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예술관련 정신활동은 영적건강의 중요요소를 이루고 있다. 훌륭한 예술활동은 그것이 능동적인 것이든 수동적인 것이든 영적 성장에 기여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내재해 있는 예술에 대한 욕망이나 잠재력 즉, 예술혼은 어떠한 형태로든 표출되고 개발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억제되면 병이 되고, 발현되면 성장과 치유에 도움이 된다. 작게는 정서함양 차원에, 크게는 영적 건강의 깊이를 더해 주어 종래에는 인간의 전인적 건강을 지지해 주는 중요한 치유활동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고대 문화권에서 음악, 미술, 춤, 동작, 등 주요예술장르들은 제사와 치병의 도구로 출발하였다. 예술활동이 곁들어진 제사란 보이지 않는 영적 차원에 대한 숭배이므로 그 자체가 제사 참여자들의 영혼에 깊이를 더해주고(영적 건강), 집단 구성원들의 심적 번민을 달래주었으며(정신적 건강),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제례행위이자 치유행위였다(사회적 건강).

 제사와 제례를 위한 각종 예술활동이 재미위주로 전락하게 된 것은 과학과 물질문명이 위세를 떨치면서

 
부터이다. 약물요법, 수술요법 등이 과학과 자본의 후원아래 대대적으로 등장하면서 효과를 금방 입증하기 어려운 각종 전통요법들은 치유법의 대열에서 사라져 갔다. 예술치유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외부병원체의 침입이 있어야만 육체의 병이 시작된다고 믿었던 시대와 달리 이제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외부 요인 외에도 정신적 심리적 상태가 발병의 주요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는 동양전통사회와 명심보감 류의 격언이 그 의학적 실체를 다시 인정받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의 압권은 세계보건기구가 정신적 건강, 육체적 건강, 사회적 건강으로 규정되어 있던 기존 건강관에 영적 건강을 새로이 추가한 사실이다. 인간의 영혼의 깊이가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서양과학과 서양 주류의학의 한계가 명백해지면서 소위 마음과 육체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심신상관 의학의 재등장과 더불어 특히, 영혼, 정신 등 비가시적인 차원의 정상성 회복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예술치유영역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단언컨대 다가오는 시대의 가장 큰 명약은 예술활동이 될 것이다.

통합적인 요법으로서의 예술
예술과 기도와 치유는 모두 같은 근원, 즉, 인간의 영혼에서 유래한다. 이 세과정에 연료를 공급하는 에너지가 바로 생명력과 창조력과 사랑의 힘이다.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는 영혼이 처음으로 숨을 쉬기 시작한 아름다운 장소에 대한 기억이 있다. 우리는 존재 깊은 곳에서 신의 영혼과 결합되어 있고, 내면을 여행하다보면 깊은 공간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예술과 의식을 통해 이 기억과 영혼을 되살려 올 수 있다.

 내면세계의 목소리는 예술과 가장 흡사한 언어로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다. 그것은 언어보다 낮으나 침묵보다 우선하고, 오히려 시에 가깝다. 노래하는 자, 춤추는 자는 모두 신이다. 그리고 듣고 있는 자는 바로 우리의 영혼이다. 이것은 생명력의 목소리이자 우리 안에 있는 확장과 사랑의 목소리이다. 우리가 기도할 때, 내면세계를 여행하고 치유할 때, 비로소 순수한 영혼의 발자국을 되돌릴 수 있다. 예술과 의식은 영혼의 목소리이다. 치유의 에너지다. 예술과 치유는 언제나 ‘붉은 실’에 함께 묶인 연인이다.
만약 그 힘이 사랑이라면, 그 목소리가 영혼이라면, 그 언어가 예술과 의식이라면, 그 생산품이 장식품이 아닌 영적인 의미를 지닌 치유라면,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떻게 의식(儀式)이 병원에, 치유가 예술가의 스튜디오로 들어올 수가 있겠는가? 예술과 의식은 가슴의 영토로 들어가기 위한 출입구이자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변화를 위한 도구이다.

 일례로 암병동에 있는 한 환자가 예술가의 방문을 받았을 때, 그는 영혼의 땅으로 발걸음을 옮겨 갈 수 있다. 그리고 한 조각의 예술이 그의 세계로 날아들어와 병원에 온 이래 그는 처음으로 눈물어린 감동을 받기에 이른다. 치유가 일어난다. 그는 사랑을 향해 가슴을 연다. 의식은 치유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슴을 열어주는 도구이다. 그러므로 의식(儀式)은 현실이 된다.      

치유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육체와 마음과 정신의 공명은 3중의 진로 즉, 두뇌의 생각;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신경전달물질의 조화; 세포변화에 의해 생리학적 균형을 이룬다.
이미지란 무엇이며, 우리는 치유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이미지는 두 개의 기본적인 타입, 수용적인 이미지와 프로그램 된 이미지로 나뉜다. 생각, 감정, 이미지는 뇌의 각각 다른 부위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신경전달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동작과 춤의 이미지는 뇌중에서도 근육운동을 유발시키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동작과 이미지의 유발과 기억에 의해 신경세포에서 방출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사람의 상상력과 기억으로부터 나온 이미지로 경험되는 것이다. 

춤과 예술은 자기자극에 반응하는 수많은 감각과 운동근육의 경로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상상하고 기억하는 것은 매우 사실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동작이나 이미지들을 상상하는 것은 근육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뇌의 영역에 영향을 주고 그대로 반영된다. 비록 사람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해당근육은 미세하게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일단 이미지가 발생하는 곳에서 신경메시지를 그대로 시상하부로 보내게 되면 이곳에서 몸 전체로 메시지가 전달된다. 사람이 몸을 움직이거나 그림을 보거나 그림의 운필을 기억할 때 그 메시지를 몸 전체로 보내게 된다. 기억을 조절하는 뇌부위의 신경세포에서 방출이 일어나고 이미지가 현실화되어 시상하부는 자율적인 신경체계를 활성화시키는데 대뇌에 새겨진 위협에 대한 이미지는 시상하부를 깨워서 교감신경의 각성을 초래한다. 이것이 심장의 박동을 높이고, 호흡수를 증가키시며, 혈액을 대근육으로 보내어 몸을 아드레날린과 호르몬으로 넘치게 한다. 그리고 각성의 상태를 계속 이루게 하여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거나 그런 기억을 통해 몸은 긴장에서 벗어나 이완의 상태에 이른다. 부교감 신경체계의 흥분은 이완과 치유 그리고 유지를 이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긴장이완이나 초월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가슴을 열기 위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모든 예술은 의식변화와 에너지를 자유롭게 하고, 육체와 마음의 공명을 위해 정신을 깨워준다. 이러한 예술은 의식을 치유에 이용하는 것이다. 

전망  

 1) 학교에서의 예술 분과영역에서의 활용-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 즐거운 생활, 중학교의 예술영역 시간에 활용할 가치가 있지 않나 기대해본다.

 2) 재활센터 등 모든 분야에서의 활동-발달장애인, 재활센터, 특수학급, 노인복지기관, 요양시설, 약물중독센터, 알코올 중독 센터, 성폭력쉼터, 학교상담소, 암환자, 만성질환자, 교도소, 호스피스, 홈리스 등 여러 분야에서 예술치유의 각종 기법들이 활용될 것이고 그 영역은 점차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생활수준이 나아지고 복지가 안정되면 그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 연구활동-자료보고, 증례보고, 치유효과, 진단활용, 치유인자 분석, 적용증, 금기증, 위험성, 다양한 기법들에 대한 각종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서양에서는 보완대체의학 안에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데 이는 환자군과 대조군에 대한 엄밀한 디자인에 의한 치유효과 검증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4) 예술치유 종합-한국의 현황은 미술, 음악, 무용동작, 문학, 심리극치유 등이 각각 나뉘어 분화되어 있는데 실제적으로는 각 요소들이 경계없이 활용되어지곤 한다. 분화보다는 종합적인 표현예술의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5) 병의원에서의 치유활동-의료법상에 치유개념은 아직 미흡하다. 예술치유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최근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서 앞으로 영역확대를 해나가야 할 문제점이자 기대하는 바이지만 아직도 다음과 같은 몇가지 문제가 있다.

 의료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작업, 의료보험 급여의 문제, 보건복지부에서 의료인력으로서 예술치유사 제도도입 및 인정, 정신과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및 예술치유사(미술, 음악, 무용동작)들 상호간의 협력 등이 아직 미해결된 문제들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미 1966년에 살바로스 대학교 의과대학 준의학 분야로 음악치유과정이 개설되었다. 미국에서는 220여개 대학의 의과대학과 대학원에 개설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대구대학교를 비롯하여 많은 대학에 개설되어 있지만 미국에서처럼 공인된 자격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도 변화를 기대해 본다.

저서들

 다음 저서들은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발맞춰 국내에서 처음 출간된 예술치료학 개론서이다.

 1. Dance as a Healing Art, Anna Halprin 지음, 임용자, 김용량 옮김. 물병자리; 서울(2002).

 2. 미술치료; 이은진, 장선철 지음. 동문사; 서울(2008).

 원래가 음악, 미술 , 무용 , 동작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물론 예술치료 영역에 음악 미술, 춤 등 세가지 영역에만 있는 것은 아니나 이 책의 저자들은 일단은 현재 국내의 주요 추세를 감안하여 이 세분야를 중심으로 개론서를 구성한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들은 오래전부터 예술치료의 통합적 성격을 꿰뚫어 보고 이들 영역들의 학제적 연결성을 중시하는 연구를 계속해 온 분들이다. 이 책들은 그 오랜 연구 작업의 일단을 선보이는 셈이다.
이은진 교수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필자소개>
- 대구대학교 재활과학대학원 미술치료 석사, 동대학원 특수교육 정서행동장애아교육 박사.
- 저서 : 『예술심리치료의 이해』(창지사, 2008), 『미술치료』(동문사, 2008)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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