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우리나라 국보 제147호 ‘천전리각석’에 누군가 낙서를 해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산적이 있었다. 천전리각석은 선사시대부터 신라 법흥왕 시절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에 걸쳐 그림과 문양이 새겨진 마애조각품 바위로 1973년 우리나라 국보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다.

 국민들은 문화재가 훼손된 것에 대해 분노했고 사전에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정부를 비난했다. 경찰은 포상금 1천만 원을 내거는 등 범인을 찾는 데 주력했다. 결국 범인은 울주군으로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 A군인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특별한 이유 없이 친구와 장난삼아 낙서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우리나라 문화재관리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사건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17일 공개한 문화재청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문화재들은 대체로 보완 방지기능이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주에 위치한 기림사 대적광전(보물 833호)과 독락당(보물 413호) 등 목조문화재 내에 화재 감지 효과가 떨어지는 열감지기가 설치돼있어 화재에 대한 대비 기능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보급 유물을 훼손한 그 고등학생은 무슨 생각으로 그와 같은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일까. 우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잘못된 낙서 문화를 꼬집어 볼 수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유적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유적지를 방문해서도 낙서를 해 현지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은 적도 있다. 참으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 보물 1호인 숭례문 방화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흘렀다.

 화재 당시 정부는 국민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울주군 천전리각석훼손을 보면서 정부의 다짐이 일회성에 불과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물론 사전에 문화재 관리에 철저히 대비했다면 이번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문화재 보호 관리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 개개인이 문화재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문화재는 보전이 최선의 방법이다. 한 번 훼손된 문화재는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복구가 가능하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복구일 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에서 문화재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처럼 미리미리 철저히 예방하는 것만이 소중한 문화재를 지킬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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