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면 <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와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원고를 번갈아 싣습니다. <우리시대 사유의 지편과 미래>는 지금 우리 시대의 학문과 사유에 있어서 중심이 되는 화두나 이슈를 짚어보고 이를 통해 미래의 방향까지 가늠해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세계고전강좌>는 고전과의 대화를 통해 시대와 문명, 인간과 자신을 이해하고 오늘의 현실을 사유하는 연린 정신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 두 가지 여녹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유전공학의 정의
 흔히 유전공학이라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 혹은 복제인간을 떠올린다. 사실 유전공학이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생물 본래의 능력과 기능을 인간에게 이로운 산물을 만들도록 바꿔 주는 공학이라 할 수 있다. 유전공학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에도 인류는 유전공학과 유사한 행위들을 해왔다. 예를 들면 식물의 성질과 형태를 바꿔주는 작업인 식물육종이다. 예를 들면 맛이 좋은 사과의 형질을 갖는 사과나무와 맛을 없지만 빨간 색깔의 형질을 갖는 사과나무와 교배를 하여 얻은 자손들 중에는 맛도 좋고 빨간 색깔을 갖는 사과열매를 맺는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고 있는 유전공학은 이러한 육종학적인 행위와는 구체적으로 유전자에 직접적으로 조작을 가하여 서로 같은 종이 아닌 다른 종끼리의 유전자를 이동 시킬 수 있다라는 의미에서 완연히 구별된다. 다시 말하면 유전공학은 염색체 속에 있는 유전자를 잘라내기도 하고 다른 종의 유전자를 붙여주기도 하며, 또는 핵산염기를 한 개 혹은 몇 개를 첨가하고 또는 제거하기도 하여 원래 그 생물에는 없던 능력을 새로 만들어 낸다. 때문에 유전자조작(genetic manipulation)이라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유용한 유전자 (예를 들면 인슐린 유전자)를 떼어내어 다른 동물이나 식물 혹은 미생물로 옮겨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는 생물체를 만드는 연구가 바로 재조합DNA 기술인 유전공학이라는 학문이다.

 재조합 DNA 기술이란 DNA의 특정부위를 자를 수 있는 가위와 자른 DNA 조각을 붙일 수 있는 풀을 이용하여 자유자재로 DNA를 잘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기술이다. 1973년, 스탠리 코헨(Stanley Cohen)과 허버트 보이어(Herbert Boyer)가 아프리카 두꺼비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대장균에 삽입하여 고등동물의 단백질을 대장균 내에서 합성하는데 성공한다. 이 코헨의 유전자 조작이 성공한 1973년을 일컬어 ‘유전자 조작 원년’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코헨의 기술은, 1978년 미국의 제네텍 사(社)가 대장균을 이용해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는 데에도 쓰이게 된다.

 지금까지 요약을 하면, 유전공학의 기본기술인 재조합 DNA 기술이 확립되자 이어 많은 관련 기술들이 개발되고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여러 모험 기업들이 유전공학 연구의 경쟁시대를 맞이한다. 이때부터가 전통적 유전육종시대로부터 유전공학을 이용한 분자 유전공학시대로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지금까지 많은 유전공학을 이용한 성과들을 얻어내고 있지만 지금도 새롭고 획기적인 연구 및 개발 결과들이 하루가 다르게 나오고 있어 유전공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21세기는 유전공학의 시대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얼굴을 가진 유전공학
 오늘날 우리는 유전공학으로 인해 과거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유전공학을 통해 인류는 당료환자들에 쓰이는 인슐린을 세균으로부터 싼 값에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병해충을 제거하지만 인체와 환경에 피해를 주는 농약을 쓸 필요가 없는 무농약 옥수수품종을 개발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전공학이 항상 좋은 점만을 가질 수는 없다. 때문에 유전공학의 두 얼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유전공학은 인류에게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위험한 것일까?

 최근 지구라는 작은 밀폐된(?) 공간에서 살면서 인류는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지구라는 땅에 살면서 한정된 자원과 식량, 서로 다른 종교와 이념 등을 둘러싸고 개인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많은 지구적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식량문제이다. 첨단무기만이 무기가 아닌 이 시대에 식량은 자원과 더불어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인류는 식량문제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는 식량부족으로 어린아이들의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이 급증하고 있을 정도로 지구촌에 살고 있는 인류의 식량부족에 의한 고통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지구의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식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본인은 이에 대한 해답을 유전공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지난 몇 백년 동안 농부들은 농작물의 해충이나 질병과 싸우고 불모의 토양을 일구어 왔으며 급격히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생산성을 증가시켜야 했다. 현재에 이르러 유전공학은 곤충과 박테리아, 곰팡이에 대한 저항성 식물과 전에는 생장할 수 없었던 곳에서도 자랄 수 있는 식물의 창출 가능성을 제시하여 줌으로써 희망을 갖게 해 주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저장 뿌리, 종자, 혹은 과일같이 먹을 수 있는 부위의 크기를 선택적으로 증가시킴으로써 생산성을 개선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게다가 필수 아미노산 조성을 변화시켜 좀 더 영양이 풍부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는 급속도로 고갈되어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식물체를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하여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식물유전공학은 인류에 큰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식물에서 응용된 유전공학의 성공사례들이 무수히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제초제에 저항성을 지닌 야생에 존재하는 식물이 제초제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특정한 효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현재 유전공학자들은 이 식물로부터 제초제 저항성을 갖게 하는 유전자를 클로닝하여 현재 재배되고 있는 옥수수나 콩 들의 작물에 집어넣어 잡초 제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획기적인 유전공학기술 뒤에는 많은 부정적인 우려가 숨어있을 수 있다. 비평가들은 새롭게 창조된 병원체, 즉 조절이 불가능할 수도 있는 전염병을 만드는 유전 괴물이 퍼져 새로운 종류의 암을 유발할 가능성을 두려워했다. 근거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먹지마세요, GMO』의 저자이며 오랫동안 생명공학기술의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알려온 킴벌리 윌슨은 자신의 저서의 서문, “빼앗긴 식탁”에서 아래와 같은 예문을 들어 GMO식품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우리가 최신 제트여객기에 탑승했다고 상상해보자. 여객기가 활주로를 향해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좌석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조간신문을 펼친다.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점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바로 그때, 신문 1면의 기사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사의 내용은 바로 우리가 타고 있는 신형 여객기의 안전성 여부를 시험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여러 가지 테스트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목숨을 맡기게 된 기술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는 제트 여객기의 예를 들었던 것이다. 사실 어떠한 안전성의 보장도 완료되지 않은 유전자조작식품들이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식탁 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막연한 두려움은 오히려 우리 인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영화 메트릭스(Matrix 2탄)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갈 수 있는 만능키를 만들 수 있는 키메이커 (key maker)를 무시하고 던져버리는 성급한 오판을 하면 안 된다. 
 
 유전공학의 미래
 우리는 현재 식량부족, 물부족,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한 농경지의 부족, 농약에 의한 환경오염, 에너지부족 등 많은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의 유전공학을 통해 식량증진을 위한 작물품종개발, 가뭄에 견디는 새로운 품종개발,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식물개발, 농약이 필요없는 품종개발, 심지어는 방사능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GMO 식물,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식물개발 등은 무작정 반대하고 꺼려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보면 먹고 살수 있는 있는 자들의 사치스러운 생각이 아닌가 한다.
제트여객기를 비유하여 GMO 작물에 대한 비판을 한 『먹지마세요, GMO』의 저자인 킴벌리 윌슨에 대한 반격을 하고자 한다. “우리가 미국에서 한국을 가기 위해 제트여객기가 있고 다른편에는 자전거, 자동차, 배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내일까지 한국에 도착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당연히 제트 여객기인 비행기를 선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른 이동 방법에 비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날아가다가 땅으로 떨어 질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빠른 속도로 당신을 한국까지 도착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risk (위험) 보다는 benefit (득)이 더 많기 때문에 우리는 비행기를 선택한다. 물론 유전공학자들은 그러한 risk를 낮추고 최대한 benefit을 높이기 위하여 계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미래에는 유전공학이 다른 분야와 접목되어 더욱 더 큰 결실을 이룰 것이다. 의학, 약학, 식품공학, 천연물화학, 농수산학 및 환경공학 등에서 이미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전공학은 앞으로 정밀 진단시약, 고가의 생리활성물질, 항암제 등의 고가 의약품 생산의 생명과학의 범주를 벗어나 컴퓨터과학, 전자공학, 정밀기기공학 및 정보기기공학 등과 연계되어 복합학문으로 그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갈 것이다. 미래의 복합유전공학에는 특수기기의 부품 즉 필터, 분리기기, 조절기기, 바이오센서, 바이오칩, DNA 컴퓨터의 생산 등 생명정보산업, 나노유전공학, 우주유전공학, 체외유전공학, 중력유전공학 등의 복합유전공학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고기성(원광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필자 소개

서울대학교 학사미국 코넬대학교 석사미국 코넬대학교 박사미국 토마스 제퍼슨 의과대학 생명공학연구소 교수현재 환경부 LMO (유전자변형생물체) 평가위원현재 원광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