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보고서를 읽을 때마다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특별하게 눈에 띄는 것은 3줄을 넘어가는 긴 문장들이다. 이런 보고서는 읽어 내려가기도 버겁고, 내용도 파악하기 힘들다. 이러한 글쓰기 습관은 학생들의 글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긴 문장은 그 길이가 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좋은 문장이 될 수 없다. 문장이 길어지면 비문법적인 문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어와 목적어가 생략될 수도 있고, 문장성분들 간의 호응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이 원래 전하고자 했던 내용과는 상관이 없는 문장이 작성될 수 있다. 글쓴이와 독자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모호한 문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문장이 문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긴 문장은 독자들이 싫어하는 글 중의 하나이다. 많은 단어들이 장황하게 나열될 것이고, 많은 정보가 포함될 것이다. 이것은 가독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려 독자가 내용을 파악하는데 큰 부담을 줄 것이다. 특히 우리말은 서술어가 문장의 마지막에 나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서술어에는 문장의 핵심정보가 들어 있다. 글을 통한 소통과정에서 핵심정보는 가능한 한 빨리 제시되는 것이 좋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많은 문장성분들이 나열되면서 핵심정보의 등장은 점점 더 미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부분을 한 예를 통해 살펴보자.

 이 연구의 목적은 21세기를 대비하여 미래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에게 과학적 활동을 강화하여 개인의 자아실현과 국가발전을 꾀하고 나아가 전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한국의 청소년 과학화 사업의 현황을 분석하고 이의 발전방향을 정립하고자 한다. (임재춘 2009, 72-73쪽)

 위의 예에서는 주어(이 연구의 목적은)에 해당하는 부분과 서술어(정립하고자 한다)의 거리가 상당히 멀다. 그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을 담고 있는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것이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관계를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연구의 목적은 ... 정립하고자 한다’는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이 때문에 가독성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아래와 같이 다시 써볼 수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청소년 과학화 사업의 현황을 분석하고 발전방향을 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청소년이 자아를 실현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며 나아가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과학교육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임재춘 2009, 72-73쪽)

 문장이 짧아지면서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졌다. 이 점은 글쓴이가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관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첫 번째 문장과 비교해서 글의 가독성 역시 상당히 좋아졌다. 문장을 짧게 쓸수록 글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참고문헌] 임재춘,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북코리아, 2009.
김동우, 『공학도를 위한 글쓰기 노하우』, 생능출판사, 2008.
남유선 교수 (유럽문화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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