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적’, ‘실적’, ‘업적’
한 외국 기업가의 사망소식이 대서특필되고 특정기업의 주가가 오른다고 한다. 스티븐 잡스의 이야기다. 스티븐 잡스는 IT산업에 많은 공적을 쌓았다. 공적은 노력과 수고를 들여 이뤄낸 일의 결과다. 실적은 실제로 이룬 업적을, 업적은 어떤 사업이나 연구 따위에서 세운 공적을 일컫는다. 실적과 업적을 통틀어 공적이 되는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에 그래픽 사용자환경을 적용하고 마우스를 도입한 것은 잡스의 대표적 업적이다. 특히 과감한 디자인 혁신을 가져온 ‘아이맥’은 부도위기의 애플의 상황을 반전시킬 정도로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잡스의 최고의 공적은 창조적 에너지로 애플의 수많은 엔지니어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 ‘수고하다’, ‘애쓰다’
‘수고하다’는 육체적으로 일이 힘들고 고되다는 뜻이 강한 반면 ‘애쓰다’는 정신적인 노력에 쓰인다. 학교의 환경을 위해 청소하시는 분, 혹은 운전기사님에게 ‘수고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단순히 육체노동의 어려움을 치하하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원광대 인터넷 유목민들을 대신하여 ‘잡스여 애썼다’라고 전한다. ‘애쓰다’의 ‘애’는 ‘창자’를 뜻하는 옛말이다. 정성을 다해 무언가를 하면 몸속의 장기를 쓰게 된다는 뜻일까? 수많은 발명품 개발에 애쓰다가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은 잡스가 가엾다.

▲ ‘가엾다’, ‘불쌍하다’, ‘안타깝다’
‘가엾다’의 어원은 ‘가이없다’로서 ‘가이’는 가장자리 즉 한계를 나타낸다. 한때  ‘끝이 없다’의 동의어로 쓰였다. 그러다가 16세기에 ‘안타깝다’로 18세기에는 ‘불쌍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으며 19세기에는 ‘불쌍하고 애처롭다’의 뜻이 되었다. 즉 심정적으로 동정심을 담은 마음 상태가 ‘가엾다’이다. ‘불쌍하다’의 어근은 ‘불썅’(不祥)은 상서롭지 못한 상태를 말하다. 처지가 안 되어 보이는 상대를 측은하게 여기는 시각적인 언어가 ‘불쌍하다’ 이다. ‘안타깝다’는 마음을 뜻하는 ‘안’에 ‘답답하다’의 옛말 ‘답깝다’가 더해진 말로 자기만 못한 사람의 딱한 사정을 가엾게 여길 때 ‘안쓰럽다’고 말한다. 즉 뭔가 도와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애태우는 마음이 ‘안타까운’ 마음인 것이다. 그러니 스티븐 잡스의 죽음이 안타깝다는 말 보다 영화 ‘도가니’를 통해 알게 된 장애우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는 것이 옳다.
[참고문헌]
김영원 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박영수, 『우리말 뉘앙스 사전』.
박태건 교수 (글쓰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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