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면 <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와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원고를 번갈아 싣습니다.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는 지금 우리 시대의 학문과 사유에 있어서 중심이 되는 화두나 이슈를 짚어보고 이를 통해 미래의 방향까지 가늠해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세계고전강좌》는 고전과의 대화를 통해 시대와 문명, 인간과 자신을 이해하고 오늘의 현실을 사유하는 열린 정신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 두 가지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반 월가 시위, 체제변화의 전환점 
2011년 9월 17일, 미국 뉴욕의 월가 부근에서 금융자본주의를 반대하는 700여명의 사람들이 시위를 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이것이 시위대의 구호였다. 미국의 청년 실직자들이 잘못된 금융정책으로 인하여 소득불평등이 발생했다고 지적하는 시위였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나 언론은 이 시위를 우연히 일어난 1회성 사건으로 보거나 찻잔 속의 태풍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 시위는 한 달만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82개나라 951개 도시로 확산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이 시위를 역사적 사건으로 보기 시작하였다. 10월 11일자 ‘뉴욕타임즈’ 칼럼에서 프리드만 같은 사람은 월가 시위를 비롯한  지구촌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자발적 시위에 대하여 ‘대붕괴(Ths Great Disruption)’의 시작인가?, 아니면 ‘대전환(The Big Shift)’의 시작인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월가의 시위를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역사적 계기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1773년 12월에 일어난 보스턴 차(茶)사건 만큼 역사적이라고 하며 미국 역사상의 10대 저항운동의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자본주의의 중심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는 징후들이다.

반 월가 시위 이전의 변동 징후들
금융자본주의 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사회체제가 들어서고 있다는 징후는 이번의 월가 시위 이전에도 여러 차례 나타났다.  1997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외환위기는 달러화를 중심으로하는 금융자본주의 위력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실물경제와 관계없는 ‘돈의 놀이’가 어떠한 사회적 파탄을 가져오는가를 보여주었다. 사회체제가 삶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 때, 그 체제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2001년,  뉴욕에서 발생한 ‘911대폭파테러사건’은 미국의 정치적 패권주의에 대한 이슬람 세력의 저항이라는 모습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그 뒤쪽에는 ‘달러’를 가지고 금융자본주의적 종주권을 행사하는 미국에 대한 저항이라는 배경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은 정치, 군사적 행동을 경제적 패권과 일치시키려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여 주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파산은 금융자본주의 체제 몰락의 가장 직접적인 징후로 드러났다. 이로부터 비롯된 경제 위기 사태는 현재 까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마침내 99%의 따돌려진 사람들이 “월가를 점령하자”고 외치는 시점에 이르렀다. 911대폭파테러사건의 표적이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과 함께 뉴욕의 국제무역센터였다는 점과  이번의 시위의 이데올로기적 표적이 월가인 점에 대해서도 일정한 연속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산업자본주의
18세기의 초기 자본주의는 유럽의 산업화 과정과 함께 자리 잡았다. 자본주의는 왜 서양에서 먼저 시작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것은 유럽에서 인구증가가 먼저 일어났기 때문이다.  ‘맬더스(1766-1834)’가 “인구론”을 써야할 정도로 당시의 인구증가는 폭발적이었다. 산업이 발전했기 때문에 인구가 증가했다는 학자들도 있지만 나는 그 반대라고 본다. 2011년 10월 31일로 세계인구가 70억명을 돌파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산업이 발전한 지역에서는 인구증가가 멈추었거나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나라와 사회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존 조건인 ‘의식주(衣食住)’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다. 17-18세기의 유럽에서 인구가 급격하게 많아졌기 때문에 늘어난 인구에 대한 의식주 해결이 긴급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의식주 욕구를 실현하기위해서 대량의 소비재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대공장 생산체제가 시작되었다. 즉 산업자본주의 사회로 바꾸어진 것이다.  산업자본주의는 수공업의 형태에서 기계공업의 형태로 진보한 2차 산업이 사회를 주도해나가는 체제를 말한다. 이 때는 자연권의 차원에서 노동자와 부르죠아 사유재산을 정당한 권리로 제도화하였다. 사유재산의 기초로서확립한 철학은 개인의 노동과 부르죠아의 사회공헌이었다. 19세기 후반에는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화석연료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쓰게 되고 전기를 시용하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제조업은 그 대량생산의 규모에 있어서 격을 달리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이와 함께 1차 산업인 농업도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였다. 농기계를 발명하고 화학비료를 사용하면서 농업 생산량이 많아져서 늘어난 인구의 식량문제를 해결하였다. 2차산업의 발전이 1차 산업도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다.

금융자본주의
대량생산을 지향하는 제조업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3차 산업인 서비스 부문의 금융이 주도하는 체제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2차 산업인 제조업이 주도할 때는 생산지원의 영역이었던 금융을 자체의 내부에서 수익구조를 만들어내는 체제로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자본주의는 노동과 상품을 토대로 수익을 만들어 내지 않고  ‘돈놀이’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어 내었다. 노동이나 기술, 공장이나 농장을 소유한 사람이 경제적 수익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소유한 사람이 주도하는 구조가 만들어 진 것이다. 1944년 브레튼 우즈 체제가 만들어 졌는데 미국의 ‘달러’화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합의한 것이었다. 그 이후 달러의 발권국인 미국의 월가와 그 곳을 지배하는 사람들이 세계경제의 패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금융자본주의는 노동과 상품생산을 토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적 수익의 집중구조가 심화되었다. 이른바 1%의 부자로 굳어지는 사회가 된 것이다. 2천년대에 들어와 이 모순이 사회적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하였고 ‘2011저항’은 그것을 깨뜨리기 위한 역사적 운동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의 심화가 진행되는 한편에서 제조업의 생산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과학기술의 발전 그것을 도왔다. 특히 컴퓨터는 생산력을 키우는데 결정적인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지구 대부분의 지역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평준화되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1980년대에는 전 세계의 상품 재고량이 인류의 역사 이래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빈곤국가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도덕적인 분배구조만 갖추어지면 국제적인 빈곤문제 해결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사람들의 ‘의식주’욕구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식주 욕구의 일반적인 실현으로 부터 인류의 욕구가 진화하였다. 의식주 욕구는 물질적 욕구의 범주인데, 여기서 부터 정신적 욕구를 현실화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정신적 욕구의 범주는 ‘진선미(眞善美)’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지식의 생산과 소비, 지적(知的)이며 도덕적이고 감성적인 생산과 소비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진선미의 욕구를 총괄하여 말한다면 문화적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현대인의 문화적 욕구는 가장 높아진 개인의 정체성(正體性)실현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모든 상품에 대해 상품정보의 투명성, 그 상품의 생산과 소비과정의 도덕적 정당성, 그리고 소비자 개인의 감성만족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다.
문화적 욕구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다른 한편으로 문화적 욕구는 1차, 2차, 3차 산업의 영역에서 통용되던 가치를 변형시킨다. 즉 문화적 욕구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가치를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새로운 산업의 영역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문화산업, 또는 4차 산업이다. 새로운 단계의 문화산업은 전통적인 영화, 공연, 예술부문의 산업으로 더 확대된 의미의 가치만들기와 가치변형 산업을 총칭하는 것이다. 세계는 이미  ‘진선미’의 문화적 욕구가 산업으로 구현되는 문화자본주의 사회의 단계에 진입해 있다. 인간관, 세계관, 정치관, 경제관 등의 기본 관점이 문화자본주의 체제에 맞도록  바꾸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진화는 여기가 정점인가? 존재철학으로 보면 ‘정신’보다 심층에 있는 ‘영성’을 보편적으로 자각하는 시기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사회체제도 또 한번 변혁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김도종 교수 (철학과)

<문화산업 참고문헌>
*김도종, 문화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와 생산, 범한철학 43호.(2006,12)
*김도종, 문화자본주의와 문화산업, 철학과 현실 71호(2007,03)
*김도종, 가치만들기 산업의 철학적 범주와 방법, 철학과 현실 78호(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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