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탱 모네스티에 / 『똥오줌의 역사』 / 문학동네

 분화석(糞化石)이라는 게 있다. 어떤 생물의 배설물이 지질작용으로 인해 화석이 된 것을 말한다. 세계 도처에서 공룡 뼈화석이 많이 발견되고 있지만, 분화석도 그에 못지 않다. 약 300㎏ 정도의 배설물을 내보내면서 공룡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몇 백만년 전의 생물들을 그들의 배설물을 통해 만난다는 사실은 '배설'의 역사가 참으로 장구하다는걸 실감케 한다.

 요즘 문화 전반에서 불고 있는 미시사에 대한 연구는 너무나 가까워서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가치를 등한시했던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똥오줌의 역사』도 이런 흐름에서 나온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인간의 배설은 크게 두 가지, 정신적 정화작용과 육체적 정화적용으로 나뉜다. 학자들은 그동안 정신의 영역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는데, 이것은 분명 문명의 발달을 촉진시키긴 했지만, 그 때문에 본능과 육체의 사회적 입지가 작아진 결과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했다.

 우리가 알다시피 귀족적 고급문화를 향유해온 프랑스는 오래 전부터 문학, 미술, 철학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룩해왔다. 그러나 불과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파리의 시내 곳곳에서 분뇨냄새가 진동했다는 사실은 육체의 작용에 대해 우리 인간이 그간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19세기 프랑스의 한 국회의원은 연설에서 '우아하고 섬세한 프랑스인들이 지저분하고 비천한 화장실에 들락날락거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당시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방뇨하고 배변하기를 예사로 알았다고 한다. 

 여러분들은 화장실에서 배변을 하면서 무엇을 하는가. 이 책의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평소 잘 보지 않던 책을 읽거나, 신문을 펴거나, 진지한 문제를 생각한다고 말한다.   거기서는 생각에 잠기고, 읽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변소문학이라 일컫는 위대한 낙서도 그 곳에서 탄생한다.

 우리는 배변을 하는 동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느낀다. 까닭에 화장실을 사회학적 거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사실 우리가 욕망을 배출하는 이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아주 다양하다. 은밀한 살인, 자살, 영아 유기, 강간, 때로는 훌륭한 문학작품이 집필되는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위대한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배설하는 인간을 이렇게 묘사하기도 했다.

 "그들은 천천히 싼다. 온 힘을 다해, 느긋하게… 어거지로 밀어내는 게 아니라 덩어리들이 출입구를 향하여 우아하게 미끄러져 나가도록 인도하고 수행하며 호위한다. 마치 그 일이 영원히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듯"

강 건 모 (문예창작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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