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물꾸물하다→끄물끄물하다

겨울이 왔다. 며칠 째 흐리더니 비가 오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르신들 몸이 쑤시는 계절이다. 날이 흐리면 주위가 선명해지는 법. 학기말이 되면서 분주해진 나도 잠시 추억에 젖는다. ‘날씨가 흐려지는 모양’을 꾸물꾸물로 잘 못 쓰는 경우가 있다. 정답은 끄물끄물다. 꾸물꾸물은 ‘느리게 움직이는 모양’이다. 초등생 때 가지고 놀았던 ‘가짜 뱀’을 생각하자. 고무로 만든 뱀을 갑자기 친구에게 던지는 놀이 해 보셨나? 뭉쳐 있던 고무뱀이 스르르 풀리며 끄물끄물 움직이면 여자애들은 질겁하며 울어댔다. 그중 한 여자애에게 유독 못되게 굴었다. 선생님께 불려가서 된통 혼났다. 그때는 잘 몰랐다.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하면 사실 그 애를 좋아했었다…….

옛 이야기를 좀 더 해 보자. 등굣길에 그 애를 만나면 왠지 숨고 싶어졌다. 아마 미묘한 사춘기의 감정을 나는 그때 깨쳤는지 모른다. 연애편지도, 시도 아닌 것을 노트며 일기장에 자주 끼적거리곤 했던 건, 다 그 시절의 일이다. 공부를 하다가 밤새운 적은 없어도 부치지 못할 편지를 밤늦게 끼적이게 하던 ‘흐린 기억 속의 그대’가 오늘 생각나는 건 왜일까? 비가 그치고 더 추워진다고 한다. 오랫동안 잊었던 사람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문득 작년에 선물 받은 스웨터가 옷장 속에 있음을 생각한다. 이번 주말엔 가을 옷 정리를 해야겠다.

 

▲ 첫사랑 보다 기억해야 할 것들

1)‘이 자리를 빌어’로 쓰면 망신이다. ‘빌어’는 ‘빌다’에서 나왔다. 비나리를 하듯 기원을 하거나 잘못을 속죄하는 의미다.    

2) 등굣길은 사이시옷 규정 탓에 자주 헷갈리는 말. 다음 세 개는 그냥 외우자. (등굣길, 하굣길, 장맛비).

3)‘깨치다/깨우치다’ 스스로 깨닫는 것을 ‘깨치다’로 써야 한다. ‘깨우치다’는 ‘깨달아 알게 하다’는 뜻. “나 잘난씨: 열심히 공부했더니 조금씩 (연애에) 깨치는 것 같아. : 그래? 그건 네 생각이고~ 내가 깨우쳐 줄까?”

4) ‘끄적거리다 → 끼적거리다’ 글씨 따위를 아무렇게나 쓰는 것는 끼적대다. 혹은 ‘끼적이다’로 써야 맞다.

5) 밤새다 → 밤새우다 ‘시험공부 하느라 밤샜어.’는 ‘~밤새웠어’로 고쳐 써야 된다. 밤이 새도록 사람이 밤을 새우는 것이다. 지새다도 마찬가지, 지새우다로 써야 한다.

한 가지 더, 보우너스~ ‘오랫동안’은 한 단어라서 붙여 쓰지만 '오랜 동안‘은 띄어 쓴다. 문득 생각나는 노래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내가 원한 너였기에 슬픔을 감추며 널 보내줬었지~” 겨울비는 청승을 부른다.

박태건 교수 (글쓰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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