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한미 FTA협정 비준 동의안이 날치기로 통과 됐다. 통과 사실을 들은 민주당에서는 ‘비준 무효화’투쟁에 돌입했다. 날치기 통과에 대해 시민과 야당이 분노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직 살아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가 다시 한 번 무너지는 순간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론에서는 야당이 날치기 통과를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성곤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 중이었다. 손학규 대표의원의 축사가 이어질 때, 한미FTA날치기 소식이 전해졌다. 충분히 날치기가 예상되는 시점이었는데 국회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국회의 일을 모를 수가 있었을까.

야당에서는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이 컸던 탓일까. 사태가 종료된 후 엎질러진 물에 물 붓기 식으로 규탄대회를 펼치며 민심잡기에 연연했다. 강행 처리 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 4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무릎을 꿇고 비준안 통과에 대해 사과했다.

그런데 만약 야당에서 미리 눈치채고 있었다면 그것은 연기가 아닌가.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런 연기가 아니었다. 하물며 배우도 마음에서 우러난 연기를 보여주는데, 소 잃고 억울한 척 외양간 고치는 것도 아니고 좀 더 진정성이 담겨야 했다.

기자는 이번 한미 FTA협정 비준 동의안 통과를 통해 몇 가지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드라마를 통해 출연하는 배우의 모습은 시청자를 웃고 울린다. 이런 드라마처럼 결정된 국회안의 결과에 따라 웃고 우는 것은 시청자인 시민이다. 여당과 야당이 아무리 다투어도 반대 의견을 내고 투쟁하는 것도 우리이고, 찬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도 우리 자신이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의 논리에도 동의할 수 없지만 결사 반대를 외쳤으면서도 결국 막지 못한 야당의 태도 역시 미심쩍은 데가 있다.

이번 한·미 FTA의 주요쟁점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였다. 국회에 제출된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에서 양국이 발효 전에 재협상을 하지 않는 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내용이 바뀔 일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 여당의 입장은 발효 후에도 미국정부의 호응을 얻어 ISD 개정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란다.

그들이 처음먹었던 마음이 있었다. 나로 인해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 내가 바꾸겠다는 초심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뻔뻔한 말과 태도, 뻣뻣해지는 고개가 되어선 안 된다. 비리가 만연하고 거짓말이 돌고 돌며 이익은 윗선에서 챙기고 손해는 아래에서 감당해야 하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 자리를 빛낼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도 우리대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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