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연
졸업, 시원섭섭한 이 말. 학업을 마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출발을 기념하기 위한 졸업식. 웃음과 울음,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하는 졸업식을 기억하고 있는가. 최근 몇년간 중·고등학교의 잘못된 졸업식 문화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왠지 ‘졸업식’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생각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2012년 2월의 졸업식에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충청북도의 한 고등학교는 담임선생님을 가마에 태우고 행사장에 입장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 동안 수고해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졸업식이 되었을 듯하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는 졸업식 날 부모님의 발을 직접 씻겨주는 ‘세족식’을 열기도 했다. 세족식은 공부하는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부모님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그 동안의 수고를 씻겨드리자는 데 의의가 있다. 또 서울의 한 중학교는 졸업식 당일 ‘타임캡슐 봉인식’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타임캡슐  안에는 손때 묻은 졸업생들의 책과 노트, 사진,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간다. 이 타임캡슐은 20년 후 동창회 자리에서 열어보기로 약속되었다고 한다. ‘타임캡슐 봉인식’을 통해 졸업생 스스로가 새로운 감회를 느끼고 졸업의 의미와 미래에 대한 다짐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뒤풀이를 한다는 명목 하에 선·후배간의 폭력과 기합이 오가고 밀가루가 날리던 졸업식장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건전한 졸업식 문화가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도 문제는 있다. 졸업식 뒤풀이에서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경찰을 배치한 학교도 있다. 강제로 뒤풀이를 못하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졸업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에서 삼엄한 분위기만 느껴질 뿐이다.
 중·고등학교 뿐 아니라 대학의 졸업식에서조차 씁쓸함이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2월 대학 졸업예정자 405명을 대상으로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겠느냐’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0%가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답했다. 참석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취업을 못해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졸업식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라는 답변도 있다. 취업이 어려운 대학생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반영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졸업식’이 가지 않아도 되는 행사가 되어 버린 것이 현실일까. 입시나 취업과 같은 눈앞의 목표를 바라보며 급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간의 배움을 마무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리를 마련해보자.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졸업생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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