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귓속말은 간결하게
의사소통의 목적은 메시지 전달이다. 간결할수록 메시지는 정확하게 전달된다. 글쓰기 수업에서 즐겨하는 언어 놀이가 있다. 규칙은 간단하다. 옆사람에게 귓속말로 말을 옮긴다. 대여섯 명의 참가자는 물론 보는 사람에게도 흥미만점인 이 실험을 나는 사랑의 귓속말 이라고 부른다. 실험 참가자들은 전달 과정에서 언어의 간섭과 왜곡이 이루어지는 것을 체험한다. 실험 결과 여성으로 구성된 그룹이 남성그룹보다 오류가 적었으며 짧은 문장일수록 정확히 전달됐다. 가장 사고가 많은 집단은 혼성그룹이다. 이 그룹의 일부 참가자는 귀까지 빨개졌다.
사랑의 귓속말 실험의 결과는 송신자와 수신자의 거리 가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친밀한 사이일수록 상대적으로 왜곡이 적다는 사실. 소통의 핵심은 화자(글쓴이)와 청자(독자)와의 거리 좁히기다. 수신자와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간결한 문장을 사용해야 한다.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를 줄이자. 문장이 길면 주술 호응도 쉽지 않다. 자신의 말을 녹음해서 듣거나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보자. 혹시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자기주장만늘어놓진 않는가? 시어의 반복은 운율을 만들지만, 일상어의 반복은 잔소리 또는 어휘의 빈곤으로 느껴질 뿐이다.
▲ 문장을 다이어트하자
글쓰기 초심자는 무의식적으로 단어와 의미를 반복한다. 메시지를 전달해야 된다는 강박 때문이다. ~해야 된다. ~하면 안 된다. 라는 생각이 자신의 글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잘 쓸 수 없지만 잘 써야 한다. 잘 쓰는저들처럼. 제기랄.
단어와 의미를 반복하는 글의 유형은 잘 쓰고 싶은 강박에서 비롯된다. 정보를 강조할수록 심리적 부담은 가중된다. 가령 취업 면접 같은 환경에서는 말의 두서가 없게 되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증상이 심해진다. 그러다 망했다! 라는 후회가 밀려올때쯤 머릿속은 하얗게 된다. 긴장-강조-반복에서 벗어나려면 간결한 문장을 사용해야 한다. 단문일수록 생각할 여유가 많아진다. 글을 쓰면서 심호흡을 하듯 문장의 쉼표와 마침표를 찍어 보자.
▲ 말 창고가 가득하면 마음이 느긋해진다
어휘력의 부족도 단어중복의 원인이다. 언어 창고가 비어 있으면 낱말을 되풀이해서 쓸 수밖에 없다. 어휘의 중복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한 것도 한 이유. 읽기를 통해 어휘 창고를 채우고, 겹말과 중복 단어를 정리해 보자. 말이나 글이 길면 허점이 많아진다. 문장의 꼬리를 자르자. 간결한 메시지는 힘이 세다.
단어반복의 원인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반복의 폐해는 글쓰기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구조조정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라는 문장에는 문제 라는 단어가 반복되었다. 이것은 1) 구조조정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2) 구조조정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로 바꿀 수 있다. 1)은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을 강조하고 있으며, 2)는어렵지만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이처럼 문장을 줄일 때는 의미 변화도 고려해야한다.
박태건 (글쓰기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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