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되어 사랑해요 한글 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머리도 식힐 겸 읽어보면서 원리를 정리하면 좋겠다.
다음 말들 중 무엇이 맞는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관련되는 말들을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곰탕을) 처먹는다/쳐먹는다(차를) 처박았다/쳐박았다
(성적이)뒤처진/뒤쳐진 학(신생의를)저버린다/져버린 사람

옳은 표현을 가려내려면 첫 글자 처/쳐 , 저/져 가 치- 또는 지- 와 관련이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쳐 또는 져 로 쓸 때에는 반드시 치- , 지- 와 관련되는 경우라야 한다. 설렁탕에 후추를 쳐서 먹는 것은 쳐 먹는 것이고 , 며칠 굶은 사람이 설렁탕을 허겁지겁 먹는 것은 처먹는 것이다. 전자는 후추를 치고 , 후추를 치니 처럼 치- 와 관련시킬 수 있다. 공을 치고 , 공을 쳐서 , 장구를 치고 , 장구를 쳐서 등을 생각해 보면 ㅣ 와 ㅕ 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적의 진지로) 쳐들어가다 를 처들어가다 로 쓰지 않는 이유는 진지를 치고, 진지를 쳐서 등과 같은 말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차를 처박고 를 쳐박고로 적지 않는 이유는 차를 치고 , 차를 쳐서 라는 말이 처박고 의 의미와 관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뒤처진 을 뒤쳐진 으로 쓸 수 없는 이유 또한 뒤치- 와의 관련성으로 검토할 수 있다. 치- 와 마찬가지로 지- , 찌- 도 동일한 유형으로 생각하면 된다. 신의를 저버리다 의 저 를 져 로 쓸수 없는 이유도 신의를 지- 는 것과 관계없기 때문이다. 뒤처져서 에서 져 는 뒤처지고 , 뒤처지니 라는 말이 있기에 지 와 관련되는 것이다(cf.떡을 쪄서, 떡을 찌고).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1. 가방에 책을 자꾸 (처넣으면 쳐넣으면) 안 된다.
2. 이익 없이 돈만 자꾸 (처들어 간다 쳐들어 간다).
3. 가방을 만 원 (처줄게 쳐줄게) 내게 팔아라.
문제 1∼2는 앞 형태가, 문제 3은 뒤 형태가 옳은 표현이다. 책을 치다 , 돈만 치다 라는 말은 문맥과 관련이 없다. 반면 가방은 만 원 치고 펜은 천원 쳐서 합이 만천 원이다 라는 말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쓰는 말이다. 이 경우에는 쳐 로 써야 한다.
※ 원리는? 처먹는다 , 쳐먹는다 중 어느 형태가 맞는지 헷갈린다면 치다 와의 관련성을 검토하면 된다. 허겁지겁 먹는 것은 치다 와 관계없으니 처 로 쓰고, 후추를 뿌려서 먹는 것은 (후추를) 치다 와 관계되니 쳐 로 써야 한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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