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우니, 너~무 해
앙증맞은 개 한 마리가 화제다. 이름은 '브라우니'. TV 개그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후 팬클럽까지 생겼다. 최근에는 자신의 인생을 담은 데뷔곡을 발표했단다. '브라우니'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침묵. 이 개는 짖지도 물지도 않는다.(못한다) 인형이니까! 그런데 개그맨이 '개 인형'에게 말을 걸면 방청객들은 뭔가 일어날 것처럼 주목한다. 평범한 개 인형이 '브라우니'가 되는 순간이다. 이 개그의 웃음 코드는 '개 인형'이 침묵하는 이유다.
'브라우니'에게 개그맨들이 부여하는 '침묵의 이유'는 사실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이 갖는 자기합리화다. 따라서 이 개그는 과장된 표현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유행어 '너무'다. 이 부사어는 일상적인 감탄사로 자주 쓰인다. 활용형은 '좋아도 너무 좋아', '귀여워도 너무 귀여워' 등이다. '너무'는 부정적인 말 앞에 쓰이는 것이 상례다. 그런데 '매우', '엄청', '대단히'를 써야 할 곳에 '너무'를 '너∼무' (많이) 쓴다. '너무'의 사전적 의미처럼 자신의 의견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 쓰면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때론 '브라우니'처럼 침묵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말줄임표'도 훌륭한 의사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 주장하고 부연 설명하라.
중간시험이 끝나자 축제의 계절 가을이다. 이런저런 행사에 갈 일 많은데, 그때마다  '높은 분'들의 축사를 들어야 한다. 축사는 참석한 내빈에 대한 주최측의 예우다. 얼마 전 한 행사에서 축사가 끝나자 큰 박수가 나왔다. 감동적인 내용 때문이 아니다. 축사가 짧았기 때문. 다음 순서를 기다리던 '높은 분'들도 준비한 원고를 접고 간략한 축사로 가름하게 되었다. (이어지는 박수!)
'짧은 축사, 큰 박수'는 글쓰기에서도 통한다. 글의 서두는 전체 분량의 15%∼20% 정도로 짧아야 한다. 구성은 내용소개와 의미부여가 50%이며 나머지는 흥미요소다. 유의할 점은 분량만 짧아서는 안 된다는 것. 문장도 짧게 끊어 써야 된다. 짧은 문장의 비결은 선주장 후설명이다. 독자(청중)의 집중력이 유지되는 시간은 짧다. 요점을 뽑아서 주장하고 그 이유와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방법 중 PREP(Point-Reason-Example-Point)구조가 있다. '맥킨지식 전달법'에서 유래한 PREP은 "엄마~, 밥 줘(Point) 배고파(Reason) 죽겠어(Example) (그러니까) 밥 줘(Point)"의 논리적 설득법이다. ―이호철, 『맥킨지식 보고대답 기술 44』, 어드북스 ― 이 방법을 우리도 실생활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무조건 짧다고 좋은 문장이 되는 건 아니다. 재미와 함께 여운이 있어야 한다. 인기강사는 유머를 곁들일 줄 안다. 유머는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내용을 오래 기억하게 한다. 또한 좋은 유머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유머의 사용을 주의를 환기하는데 그친다면 주객전도다. 재미만 추구하는 글쓰기에 성찰과 사유는 자리 잡을 수 없다. 메시지가 여운을 가지려면 진정성이 요구된다. 진정성 있게 침묵하라. 그리고 견딜 수 없을 때 써라. 다만 재미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박태건 (글쓰기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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