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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용기와 자유의 화신, 동끼호테"동끼호테는 진정 미친 사람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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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1.16  1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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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와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 원고를 번갈아 싣습니다. 특히 <우리 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에는 2012년 1학기부터 새로 개설된 '글로벌인문학' 강좌의 내용도 게재합니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들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동끼호테는 단순한 미치광이에 불과한가. 작품 《동끼호테》는 미치광이인 이상주의자 동끼호테와 약아빠진 현실주의자 산쵸 빤사가 벌이는 희극적 소동에 불과한가. 창을 꼬나들고 풍차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동끼호테. 이러한 그를 결사적으로 막고 있는 산쵸. 이상과 현실의 부딪침과 갈등. 여기에서 연유되는 해학과 풍자.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동끼호테》의 편린들이다.
 동끼호테는 단순한 미치광이가 아니다. 작품《돈끼호테》역시 단순한 희극적 사건의 결집체는 더더욱 아니다.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떼스(1547-1616)의 소설과도 같은 삶의 결정체인 이 작품은 성서 다음으로 번역이 많이 된 작품이며 그의 주인공 동끼호테는 작가가 창조한 저돌적 인간 전형의 한 표본으로 비록 허구적 인물이기는 하지만 세익스피어가 창조한 회의적 인간의 전형인 햄릿과 함께 우리의 뇌리에 영원히 살아있는 인물이다. 이 작품으로 서구 근대소설의 문이 열려졌으며 이 작품은 후대의 뛰어난 많은 작가들의 소설기법의 기원이 된다.
 《동끼호테》의 참다운 맛은 주인공의 광기에 있다. 미쳐있지 않는 동끼호테는 동끼호테가 아니라 나이 들고 말라빠진 기력 없는 노인 알론소 끼하노에 불과하다. 동끼호테의 모험은 광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정신이 든 동끼호테,즉 알론소 끼하노라는 평범한 노인으로 돌아온 동끼호테는 얼마 안있어 죽게 된다. 그러므로 삼손 까라스꼬가 붙여준 묘비명의 마지막 귀절, 정신들어 죽고 미쳐서 살았나니 는 이점에 있어서 매우 시사적이다.
 동끼호테의 광기는 매우 의도적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꿈을 꾸지 않으면, 미쳐버리지 않으면 뚫을 수 없는 두터운 현실의 벽을 뚫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전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승승장구 뻗어나갔던 스페인 제국은 어느 정도 목적이 달성되자 안주하기 시작한다. 중남미 식민지에서 들여오는 금은보화는 생산에 투자되지 못하고 정복 전쟁과 소수특권층인 귀족들의 향락을 위한 사치재 구입에 쓰였다. 생산되는 것은 별로 없고 돈은 많아지자 가격폭등이 일어났다. 게다가 넓은 땅덩어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이러한 재원조달은 담세의무가 있는 서민들의 몫이었다. 민중은 더욱 피폐해져 갔고 빈 부차는 더욱 심해져 갔다. 16세기의 대제국을 건설했던 스페인 사람의 기상은 점점 사라져갔다. 정의,사랑,모험,인내 등 스페인의 기상을 이루었던 덕목들은 이미 사라져버린 중세의 기사처럼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없어졌다. 귀족들은 사치와 방탕에 빠지고 서민들은 꿈을 잃어버렸다. 《동끼호테》가 나올 무렵인 17세기 초에 스페인은 이미 쇠퇴기로 접어들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르반테스는 꿈을 잃고 두터운 현실의 벽에 둘러싸여 있는 스페인 국민들에게 꿈을 심어주기를 원했다. 정의와 사랑과, 그 어떠한 것에도 굴복치 않는 기상을 심어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미 한물 가버린 기사소설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가 《동끼호테》서문에서 기사소설의 폐해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려주기 위해 가장 조악한 기사소설을 써보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이것 또한  문학적 거짓말 이다.
 동끼호테는 기사소설에 탐닉하다가 그만 미쳐버린다. 그래서 그는 기사가 되기로 작정하고 그가 읽은 기사소설의 내용대로 행동하고자 한다. 비루먹은 말 로시난테를 타고 순진한 농부 산쵸 빤사를 꼬드겨 몸종으로 삼는다. 그리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소속되지 않은 편력기사로서 기사소설 속에서 발견하였던 꿈과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모험의 길을 떠난다.몬띠엘 벌판을 달리면서 出征의 정당함을 세상에 알린다. 모험을 찾아 나선 여정 속에서 동끼호테는 광기를 통해 그의 이상을 실천한다. 현실을 꿈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 안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좌충우돌하는 미친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거짓과 위선에 둘러싸인 현실의 벽을 있는 힘을 다하여 그는 깨어 부순다. 그가 싸워야 할 대상은 무형의 적이었다. 스페인 국민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인간의 고귀한 덕목을 빼앗아 가는 모든 것들, 비겁과 절망과 회의와 머뭇거림과 나약함, 이 모두가 그가 싸워야 할 대상이었다. 저항 없이 비판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순응주의자 역시 그가 타도해야 할 적이었다.
 그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차를 그가 정복해야 할 현실의 두터운 벽으로 보고 그것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다. 당연 창은 부러지고 그 자신 무참히 깨어지고 부서진다. 그러나 광기에 휩싸인 그의 기개는 조금도 상하지 않는다. 육체가 고통을 당하면 당할수록 저항이 세면 셀수록 그의 기개는 하늘을 찌른다. 마치 성난 소와 싸우는 투우사처럼 결코 물러나는 법이 없다. 우회도 하지 않는다. 그의 공격은 직선적이다.  어찌 보면 허풍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용기는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사자와 싸움을 거는 동끼호테, 역시 그의 불굴의 기상을 우리에게 잘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 훗날 1898년 美·西 전쟁의 패배로 스페인이 마지막 남은 식민지를 모두 잃고 유럽의 小國으로 전락해, 국민들이 좌절과 절망감 속에 있을 때, '98세대'로 지칭되는 당대의 지식인들은 동끼호테의 외침을 '광야의 소리'로 듣고 이를 참다운 스페인 민족정신의 구현으로 보았다.
 《동끼호테》의 작중 인물들은 주인공을 닮아서 그런지 매우 개성이 뚜렷하다. 동시대의 소설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명력 없는 정형화된 인물들이 아니다. 너무나도 개성이 뚜렷해서 다른 작중인물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동끼호테와 산쵸다. 《동끼호테》는 산쵸 판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제 동끼호테는 더 이상 희극화에 사용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산쵸와 더불어 살아 호흡하는 독립적인 인격체로 탈바꿈한다. 동끼호테는 이제 외로운 여행자가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성장해 가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된 것이다. 산쵸 판사는 현실주의자다. 그의 현실적인 사고감각은 그의 단순함과 무지에서 비롯되지만 그렇다고 천박한 현실주의자는 아니다. 그의 현실적인 사고방식 저편에 따뜻한 마음씨가 있다. 그가 동물에게 주고 있는 특별한 사랑의 관심이 이것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그의 현실주의적 사고가 소설이 전개되면서 점점 변해간다는 것이다. 특히 "바르바타리아"섬의 통치자가 되었을 때, 그의 태도는 동끼호테와 너무 흡사하다. 이러한 변화는 동끼호테가 자기의 미친 삶을 반성하고 죽어갈 때,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산쵸와 동끼호테는 소설이 진행되어 가는 동안 '성장하고 변해가고 있던' 것이었다. 산쵸 역시 고유한 인격체였다. 동끼호테의 부속품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산쵸는 『동끼호테』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산쵸가 없었은 들 동끼호테의 성격화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고 동끼호테가 없었은 들 산쵸 역시 개성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동끼호테는 산쵸를 만나고, 산쵸는 동끼호테를 만나 이 둘은 생명 있는 인격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1부에서 동끼호테는 이상주의자 산쵸는 현실주의자로 나오지만 2부에서는 판도가 달라진다. 산쵸가 이상주의자, 동끼호테는 점점 현실적인 사람이 된다. 여기에 《동끼호테》의 진정한 예술미학이 있다. 서로 다른 뚜렷한 개성을 가진 다양하고 복합적인 작중인물들이 부딪치고, 흩어지고, 만나고, 얽히고, 설킨 와중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시킨다. 동끼호테 의 인물들은 항상 변화의 개연성을 안고 살아간다. 비록 작중인물이지만 그들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동끼호테》를 이상과 현실의 싸움이라는 단순한 추상적,도덕적 맥락 속에서 보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낙원(전북대학교 인문대학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

 <필자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및 동 대학원 스페인어문학과 졸업.
 ·스페인 국립 마드리드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현재 전북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
 ·한국스페인어문학회 부회장, 편집위원장.
 ·전북대학교 인문학연구소장, 학생처장.
 ·한국국제교류재단 중남미 지역 순회강사,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 주립대학교 방문연구교수.
 ·주요논문으로 「세르반테스와 보르헤스」, 「스페인 망명시 연구」, 「카톨릭 세계권과 유교」 등과, 역서로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삶, 그의 행운과 불운』, 『가르실라소 시선』, 『산 환 데 라 크루스 시집』, 춘향전을 번역한 『La cancion de Chun-hiang』 등이 있고, 황석영의 『객지』를 스페인어로 옮긴 『La Tierra forastera』가 출간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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