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글날이 22년 만에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된다는 입법예고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45년 8.15광복 이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제정하고 공휴일로 정했다. 하지만 1991년 공휴일이 많아 경제 발전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한글날과 국군의 날(10월 1일)은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한글은 세계가 인정한 우수 문자이며, 우리나라 문화의 본질이다. 한글날은 이러한 한글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법정 공휴일이 하루 늘어난다고 해서 경제 발전에 얼마나 지장을 줬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주당 노동시간(44.6시간)이 최고수준에 이르지만 노동생산성(29개국 중 23위)은 낮다. 이 지표만 보더라도 위와 같은 생각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1년 이후 한글단체는 지속적으로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할 것을 주장했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005년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
정안은 2005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경일 휴무 여부는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경일 지정이 곧바로 공휴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때문에 지금까지 한글날은 국경일이면서 쉬지 않는 날이었다.
2013년부터 한글날이 공휴일이 된다는 소식은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보도와 네티즌들의 반응은 한글날의 진정한 의미를 알기보다는, 쉬는 날이 하루 더 늘었다는 것에 기뻐하는 듯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의 5대 국경일은 삼일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이다. 이 중 제헌절과 한글날이 비공휴일이다. 국경일은 나라의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국가에서 법률로 정한 경축일이다. 대한민국 국민 중 각 국경일의 참뜻을 알고, 태극기를 게양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이 공휴일에 어디로 놀러갈지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한글날이 공휴일이 되면, 2017년에는 10일간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상위 검색어인 것을 보면, 국민들의 진짜 관심사가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원대신문에서는 1204호(10월 8일자) 문화면에 한글날 특집 기사를 기획하면서 우리대학 학생들이 한글날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모르는 학생들이 30%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황스런 결과 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러한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20대인 대학생들의 어린 시절 무렵부터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글날이 공휴일이었다면 지금보다는 쉽게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공휴일은 단순히 쉬는 날로 각인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대학생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글날은 단순한 법정 공휴일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의미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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