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졸업 시즌이 다가왔다. 문득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보내던 선배가 생각났다.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전화를 걸어안부를 묻자, 졸업을 미루게 됐다는 선배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수학점을 모두 채운 선배였지만 아직 취업이 되지 않아 졸업유보 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졸업유보제 는 말 그대로 졸업을 늦추는 제도로 청년실업문제가 대두되던 시점부터 각 대학마다 유행처럼 번졌다. 썩 달갑지 않은 이 유행이 아직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학교 4학년생 623명을대상으로 2013학년도 졸업연기 계획 을조사한 결과, 42.7%인 266명이 연기할 계획이 있다 라고 답했고, 졸업을 연기하려는 이유로는 아직 취업에 성공하지 못해서 가 67.3%(복수응답)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졸업 후 백수가 되는 것보다 졸업예정자가 낫다 는 졸업유보자들의 말은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뚫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각 기관에서 내놓는 청년 실업 해결책은 그저 제안으로만 끝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취업 되지 않은 채 졸업을 하는 이들은 졸업장을 받는 순간 사회로부터 실업자 로 낙인찍힌다. 학생들은 졸업 후 실업자 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그러나 그 노력이 취업준비기간에 비해 꽤 특별하지 않다면, 이마저도 시간낭비로 생각하는 것 또한 사회다. 이러한 사회의 현실이 졸업을 하고싶어도 졸업을 미루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졸업유보제가 성행하는 것이 비단 사회의 현실 때문만 일까? 그것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학생 또한 문제가 있다.
3학년이 끝날 때까지 본인의 진로에 대해손 놓고 있다가 4학년이 되자 발등에 불떨어진 격으로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당연히 취업준비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은 취업준비기간을 더 가지기 위해 자연스레 졸업유보를 신청한다. 만약 저학년 때부터 미래를 설계해 꾸준하게 실천하는 학생이 학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취업을 위한 졸업유보제는 유행처럼 번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졸업유보자를 줄이는 동시에, 4학년이 돼서야 취업을 준비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학교의 관심이 필요하다. 물론 대학이 취업의 등용문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는 있다. 학교는 다양한 직종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의 특강을 주기적으로 마련하고, 선배들과 후배간의 멘토 멘티 체결,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교양강좌를 개설 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을이어 나가야 한다.
사회에 출사표를 던지는 날인 졸업식이 어느 새인가부터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두려운 날이 되고 있다. 대학을 떠나지 않는 졸업유보자가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각 정부기관은 효
율적인 일자리 확보 정책으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응원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 역시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는 유행이 사라질 수 있도록 자기계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졸업식이 미루고 싶은 날이 아닌 기다려지는 날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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