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 동아리 신입회원 모집이 한창이다. 눈에 띄는 곳이면 회원모집 광고가 붙는다. 이름과 연락처만 덜렁 붙여놓은 권위형, 동아리의 역사를 강조하는 과시형, 탄탄한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취업형, '밥과 술'의 무한 제공을 강조하는 낚시형 등이다. 오늘 2층 계단에서 개성 만점의 벽보를 보았다. 만화 동아리가 아님에도 이미지를 활용한 메시지 전달이 탁월했다. 시리즈 광고를 보며 5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재미가 있었다.

 ▲ 동기유발에는 이익을 제시하라.
 광고전략 중 '아이디마(AIDMA)법칙'이 있다. 주의를 집중시키고(Attention) 흥미를 유발시켜(Interest) 숨겨진 욕구를 불러 일으켜야(Desire) 정보를 기억하고(Memory) 구매로 이어진다.(Action) 재미는 일시적이며 필요는 참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욕구로 이어지면 주체를 갈망하게 하여 행동이 수반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주목(Attention)'에서 시작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제목과 첫 문장부터 주목시켜야 한다. 차별화된 스타일도 메시지 전달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이 법칙을 회원모집 광고에 적용해 보자. 동아리의 명칭보다 강조할 것은 가입 후 얻게 될 이익이다. 핵심어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상상하는 이익이 많을수록 흥미가 높아진다. 그러나 흥미유발에 성공했더라도 주제 전달에 실패했다면 광고로서는 낙제점.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독자(신입회원)은 금방 알아챈다. '이게 뭐지?'하는 순간, 탈퇴가 분명하다.

 ▲ 오늘도 뛴다.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대선 공약이 수정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중장년층의 위기의식을 '주목'시켜 투표(행동)로 이끈 광고의 목적이 효력을 다했기 때문일까? 최근 '아이디마(AIDMA)법칙' 대신 '아이다스:AIDAS;주목, 흥미, 대화, 행동, 공유)법칙'이 주목받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반증한다. 광고 언어의 홍수 속에서 '언어의 진정성'에 주목하게 된 까닭. 욕구(Desire)와 기억(Memory) 대신 대화(Dialogue)와 공유(Share) 가치가 필요한 시대다.
 주말 오후의 우리 집엔 '대화'가 실종된 지 오래다. 그 자리는 <달리는 사람>이 차지했다. '유재석'과 '하하'를 좋아하는 큰 아이가 이 TV 프로그램의 열성팬이다. 추격전과 음모를 '흥미'의 에너지원으로 삼고 아부와 배신으로 '기억'되는 휴일이 나는 영 못 마땅하다. 아직 어린 애들에게 녹록치 않은 사회학습을 시키는 것 같아서였다. 어느 결에 이름표가 뜯길지 몰라 서로를 의심하며, 정글의 포식자를 피해 <달리는 사람>의 시청을 지난주 금지했다.(찌질하게 '숙제를 덜 했다'는 이유를 댔다.) 아이는 입이 나와서 "아빤 왜?"하고는 방문을 쿵 닫는다. 불안감에 스펙(Specification)을 쌓는 동아리가 늘어가는 현실을 TV 전원을 끄듯 꺼버리지 못하는 나는 애만 나무란다.
 인문대 계단 벽에 수시로 떼어지고, 붙는 광고들을 본다. 총성이 없는 설득의 게임에서 탈락한 메시지는 '입이 막힌 체 격리되는' 루저(Loser)의 신세와 다름없다. 문득, 지나치는 벽보 사이에서 다른 언어를 압도하는 멋진 메시지 앞에서 멈춰 섰다. '시 한 편'이 적혀 있었다. 동아리 방문을 여는 새내기의 두근거림이 생각났다. 먼 훗날, 열정이 추억이 되고 확신이 될 날은 올 것이다.

박태건 (글쓰기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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