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전공과목 역시 국사교육인 나에게 한 학기에 한번 가는 고적답사는 역사공부이자 여행으로써 하나의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또한 군 입대 전 동기들과 가는 마지막이자 세 번째 답사인 강화·충남지역 고적답사는 출발하기 전부터 나를 설레게 했다.

 그러나 '천고마비'라던 가을의 하늘과 다르게 출발 전부터 짙은 회색의 먹구름 낀 하늘과 싸늘히 불어오는 바람은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늘이 뿌린 비로 인해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마니산 첨성대'는 비록 오르지 못했다는 안타까움과, 그 화려했던 왕궁의 터밖에 남지 않은 '고려궁지'는 쓸쓸함만이 옛 기억을 더듬어보는 나에게 그 아픔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답사 이틀째의 아침은 어제의 아픔을 잊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 올라간 후에 그 모습을 드러낸 전등사는 나를 포근히 감싸주기에 충분한 아늑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3박 4일의 답사에서 셋째날 찾아본 '서산마애삼존불상'은 내 맘속의 설렘을 환희와 전율로 바꿔줬다.

 가야산 중턱에 위치해 백제를 오가던 사람들을 맞아줬던 '서산마애삼존불상'을 본 순간 그 신비로운 미소 속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중앙에 연꽃잎을 새긴 대좌 위에 서 있는 여래입상, 머리에 관을 쓴 보살입상 그리고 오른쪽의 반가상 모두 만면에 미소를 띤 부드러운 얼굴이다.

 암벽굴 안에 조각된 본존불의 미소는 직접 보지 않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돌이 아닌 천년이라는 세월을 거친 작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너무나 여유로운 미소, 활짝 웃고 있는 유쾌한 얼굴은 독특하고 참신한 개성미까지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 가운데 가장 젊고 쾌활한 장자풍의 모습을 잘 표현해주고 있었고 그 여유로운 모습을 보니 백제인이 그리워졌다.

 비록 삼존불상을 보존하기 위해 전각을 세워놓아 하늘 가득히 내려 쬐는 햇살과 함께 그 미소는 볼 수는 없었지만 관리자분께서 직접 비춰주신 전등만으로도 오래 전 백제인의 온화한 미소를 엿볼 수 있었다.

 빛의 방향이 바뀜에 따라 처음에는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를, 마지막에는 익살스러운 웃음을 만면에 띠는 '서산마애삼존불상'을 보며 백제의 미소가 무엇인지, 아니 진정한 미소가 무엇인지 알기에 충분했다.

 이 미소는 백제인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인 것만 같다.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는 백제의 미소, 정말 그 미소를 보고 한아름 안아 보고 싶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백제가 어이없게 망해 버렸다 해도,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당나라가 싹쓸이 해갔어도 백제의 미소가 천년을 넘어 나타나다니…. 백제가 역사 속에 묻히지 않고 아직 살아있을 것이라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백제의 미소는 우리의 영원한 미소로 남을 것이며 그 뛰어난 솜씨는 백제의 미소로 새롭게 태어나 영원한 빛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그 모습이 세월 속에서 손상됐지만 여전히 '서산마애삼존불상'이 주는 감동과 환희, 전율, 아늑함이 아직도 내 몸에 생생히 남아있기에 그 미소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순간들이었다. 

박 주 성 (국사교육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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