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득할 때 알아두어야 할 것.
 후마니타스 독서토론 대회는 참가팀의 추첨으로 비판·옹호 입장을 정한다. 준비 단계에서 상반된 입장을 연습하면 텍스트의 맥락과 주장의 한계를 알 수 있다. 비판/옹호 연습의 가장 큰 장점은 돌발 질문에도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 올해 우승자인 김솔(문예창작과 4년)군은 "상대방의 주장이 예측한 내용이라서 반박하기 쉬었다."고 했다. 패한 팀의 입장에선 '얄밉지만' 준비가 철저했다는 걸 인정하자.
 토론과정에서 '확인조사'는 논리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일이다. 상대 논지를 모두 반박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주장과 관련된 부분을 선택하여 연역·귀납적 질문으로 논리의 거미줄을 쳐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제약을 받는다. 상대의 재반론이 어려운 이유다.
 
 ▲ 토론은 공부한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독서토론대회는 논쟁(argue)인가? 설득인가? 전자는 방법이요, 후자는 결과일 것이다. 극단적 사례를 일반화시키거나 새로운 개념을 언급하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전문지식을 늘어놓는 것은 잘난 체다. 토론에서는 개념보다 객관적인 수치와 근거의 제시가 힘이 세다.
 간혹 토론 중에 상대방이 흥분하여 '판을 흔드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자신도 모르게 말이 빨라지며 발음이 불명확해질 수 있다. 자신의 논지를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 상대가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핵심을 흐리더라도 근거를 대어 차분히 재반박 하는 것이 좋다. 감성적 설득은 연인들의 '밀당'(밀고 당기기)에서도 뒤끝이 좋지 않다.
 토론자의 착각 중 대표적인 것이 주도권의 유무다. 상대방보다 말을 많이 했다고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이겼어! 말할 틈을 주지 않았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화자찬. 토론장은 공부한 것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다. 질문의 주도권을 잡고 상대방을 유도해서 자신의 주장으로 끌고 와야 한다. 토론은 양보다 질이다.
 
 ▲ '토론식당'의 주 메뉴는 김치찌개다.
 토론자들은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타협은 곧 굴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 논지를 잃고 백기 투항하는 것도 문제지만 도시락 꺼내 먹듯 준비한 주장만 늘어놓는 것은 답답하다. 토론은 말의 성찬이며 이 잔치의 메뉴는 돈가스보다 김치찌개다. 하나의 찌개(논제)를 놓고 각자의 주장(수저질)이 리드미컬하게 주고받아야 한다. 제이 콘저(J. Conger)는 '사자 조련사 같은 신중함과 계략을 갖고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라'고 조언한다.(『설득의 기술』, 21세기 북스) 상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며 타당한 주장은 받아들이는 것. 언어의 성찬에 초대받은 이들이 지켜야 할 에티켓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펼치는 유연한 사고의 전환이여, 복되다!
 잔치는 끝났다. 우리는 왜 토론 문화를 배워야 하는가? 대화와 타협의 정신은 세계 시민이 갖춰야 할 자세이기 때문이다. 이번 독서토론대회가 다양한 주장을 포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참가자들은 논쟁이라는 버스를 타고 설득이라는 목적지로 가는 차표를 공동구매한 셈. 승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차비는 내리고 봉사료는 올려 주면 좋겠다.
 
  박태건 (글쓰기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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