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예뻐해 주셔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줘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줘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한 초등학생이 쓴 아빠는 왜? 라는 시다. 이 시는 가정과 멀어져가는 가장들의 현실을잘 반영하고 있다.
 요즘 아버지는 가족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한다. 아버지는 투명인간 취급을받으며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자식들과의 긴 대화는 사라진지 오래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들가운데 상당수가 아버지와 거의 대화를나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30분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이 42.1%로 가장 많았고,전혀 대화하지 않는다는 대답도 6.8%에이르렀다. 아버지가 퇴근해 집으로 귀가하면 얼굴만 빠끔히 비추고 각자의 방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녁을먹고 난 뒤 소파에 누워 TV를 보다 홀로잠드는 아버지의 모습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맘 놓고 편히쉴 수 있는 장소는 거실의 소파뿐이다.
  부계중심 사회에서 우리 아버지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을 본인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책임감은 아버지를 자식들의 문제나 집안 문제에 대해선 전혀 관심 갖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가족을위해 열심히 일만 했는데도 가족과 멀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서로가 서로에게 멀어짐을 느끼면서도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대화가 없으니 싸울 일은 없겠지만 과연이대로를 진정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혜준 KACE 아버지다움연구소장은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아버지라는 존재다. 가족들도 이를 인정해 주고 아버지에게도 시간과 공간을 줘야 한다 라고 주장했다.
  아버지들도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어느 날 외톨이가 되어버린 현실을 한탄하기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가족들에게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화목한 가정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
 아빠, 어디 가? , 나는 아빠다 등 부성애를 소재로 하는 TV 프로그램이 20,30대 층에서 인기를 얻으며 뜨고 있다. 아버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 힘든, 또 아버지를 피하기에 급급한 자식들이지만 그래도 이들이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싶어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가정에서 느끼지 못하는 부성애를 스크린 상으로 느끼려는 것은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을 아버지로 꼽는다.
 세상의 풍파에 부딪치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반겨주는 이 하나 없이 차가운 소파에서 눈을 붙이는 우리의 아버지들. 오늘 그런 아버지를 일으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보자. 응원과 격려는 아버지의 처진 어깨를 추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김가현 기자 fkdhs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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