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만 해도 방송국 프로듀서 사이에서 남성 위주 제작은 금기에 가까웠다. 시청률의 최대 고객인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드라마에서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 여주인공 드라마가 세대를 걸러도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얼핏 보면 남성 시청자를 공략한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실제로 여성에게 더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많다.  
 호주 출신 샘 해밍턴. 요즘 이 외국인을 보려고 TV앞에 앉는 여성들이 꽤 많을 것이다. 푸른 눈에 하얀 피부, 외국 배우처럼 잘생긴 외모도 아닐뿐더러 펑퍼짐한 몸매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간혹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코미디언 뺨치는 개그로 웃음을 선사한다.
 최근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면서 인기가 주목됐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에 가상으로 입대해 겪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범화희 씨(가정교육과 3년)는 "외국인이 뽀글이(군대식 라면)을 먹으면서 '군대라면이 최고다'라고 외치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남자친구나 동생에게 군대 얘기를 들을 때는 막연한 거리감이 있었는데 TV 프로그램으로 보니 군인들이 고생이 많구나 싶다"라고 말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1~3회(4월 28일까지 방문)를 가장 많이 본 연령대가 40대 여성(6.2%)이다. 20대에서도 여성(4.1%)이 남성(3.8%)보다 많이 시청했다. '여성은 군대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볼 수 있다.
 tvN 드라마 <푸른 거탑> 역시 이례적으로 군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시즌2까지 제작되며 그 인기를 더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이지만 여성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탄 것이다. 또한 군대에 입대를 앞두고 있는 20대 초반 남성들도 학습지침서처럼 이 프로그램을 즐겨본다고 한다.
 군대이야기야말로 남성들의 고생담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리얼 버라이어티의 연장선일 수 있다. 또한 군대는 출연자들로 인해 연출을 가장할 필요가 없다. 군대라는 특수한 사회는 일반사회와는 다른 언행방식과 지식체계를 요구한다. 가령 다 큰 성인이 말하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진짜 리얼리티를 좋아한다. 실제처럼 겪는 상황에서 생고생하는 모습, 추레한 모습 등에 재미를 느낀다. 또한 군대에서 남자들의 진한 우애나 인간미도 보여 지는데, 이것이 바로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또 다른 면이다. 군대는 부모나 스펙을 따지지 않고 군복을 입는 순간 모두가 하나가 되는 특수한 집단이다.
 요즘 사회에서는 스펙으로 차별하고 무한경쟁을 시키는 살벌한 분위기인데 반해 군대의 집단성에서 나오는 인간미에 위안을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쉴 틈은 없고 각박한 사회생활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군대이야기, 여성의 입장에서 틈날 때 보면서 공감하거나 호기심을 채우고 즐기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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