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 - 만성질환에 대한 한국음식이 우수성(계명대학교 공동학술세미나)

원광대신문사에서는 지난 8일 대구 계명대와의 정기 교류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합동학술세미나에서 우리대학 신미경 교수(식품영양학과)의 '만성질환에 대한 한국 음식의 우수성'에 대한 발표 내용을 발췌해 게재했다.            / 편집자

 한 나라의 식생활은 단지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사회적·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생활현상이다.

 지구상의 여러 민족은 각기 그 민족이 살고 있는 자연적 환경과 정칟경제·종교 등의 인문·사회적 여건에 따라 식량의 생산, 조리, 식기, 상차림, 의례의 규범 등이 삶의 과정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지니면서도 독특하게 발달시킨 음식과 식사 방법으로 영위하고 있다.

 광복 후 6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의 식생활은 외국 식문화의 무분별한 수용으로 곡류·콩류·채소류 위주의 식물성 식품 섭취에서 인스턴트 식품·패스트푸드 위주의 동물성 식품 위주의 식품 섭취로 바뀌어지면서 특정 영양소의 과잉 내지는 부족으로 상대성 영양불균형 현상을 초래해 비만,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 식이와 관계가 깊은 영양성 질환의 발병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한 나라의 환경적 여건의 변화는 그 나라 국민의 식문화에 대한 사고방식과 식생활 양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이러한 변화는 국민 정서와 건강에 지대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우리 음식 문화의 정체성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음식의 특성
주식과 부식의 식사체계
   우리나라의 식품 문화는 식량생산 기술의 구조적 차원에서 기후와 지역적 특성인 자연적 환경의 영향을 받아 역사 시대 이전에 농경문화를 형성해 곡류(5곡)문화를 정착시켰다. 매일 인체가 필요로 하는 50여 가지 이상의 영양소 공급은 하루 30가지 정도의 식품을 골고루 섬취하면 원활히 공급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식품에 갖은 양념으로 조리한 음식이 오르는 우리의 식사는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쌀에다 콩류, 보리 등을 배합한 잡곡밥, 쌀가루에 콩, 팥, 깨 등을 배합한 떡 등은 단백질, 비타민 B 등 영양의 균형을 이루도록 상호 보완한 것으로, 영양가도 편중되지 않고 맛도 조화를 이룬 과학적인 식품배합이며 조리방법 또한 합리적이다.

 식의 상차림은 상에 처음부터 장만한 모든 음식을 전부 차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공간전개형의 병렬적이고 동시적인 상차림으로 형성됐다. 이러한 평면전개형의 상차림은 서양이나 중국처럼 일정한 단계를 두고 순서에 따라 하나씩 음식이 나오는 시간 전개형 보다 이것저것 함께 먹음으로써 먹는 사람 스스로가 선택해 맛을 창조해가면서 먹는 식사 문화인 것이며,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에 바람직한 식사형태라고 할 수 있다.

발효식품
 우리나라는 사철의 기온변화가 현저하고 그 중 겨울이 길었으므로 기후·풍토의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저장식품인 김치와 간장·된장·고추장 등의 장류, 젓갈류, 술, 식초 등을 삼국형성기에 완성함으로써 일찍이 저장성 발효음식문화권의 발상지가 되었다.

 이러한 식품의 발효과정은 슬로우 문화로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가장 겸허하게 수용해 슬기롭게 활용한 식문화로 발효의 맛은 풍부하고 다채로운 식품의 조리를 인공적인 맛이 아닌 자연의 맛으로 우리 음식 맛의 정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우리 전통발효식품에 대한 생체 내에서의 생리활성이 과학적으로 규명됨에 따라 기능성식품으로서의 가치가 재평가 되고 있다.

의식동원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같다'는 약식동원의 철학이 내재돼 있다. 국, 찌개, 부각, 나물, 김치 등 각종 반찬의 원료가 되는 채소류는 곡류와 함께 우리의 정통식사를 서구식과 차별화 하는 중요한 음식이다.

 우리가 일상의 식생활에서 이용하고 있는 미나리, 당근, 쑥 등의 다양한 채소류는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식물성유용성분(phytochemicals)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서 비만은 물론 암, 당뇨, 심장병 등 각종 생활습관병과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시절음식
 우리 민족은 일찍이 농경문화를 형성해 농업을 생업수단으로 삼아 생활을 영위하면서 천지의 흐름에 따라 1년 춘하추동 사계절의 변화를 표현한 입춘, 우수, 곡우, 입하, 입추, 입동 등 24절기와 설, 대보름, 단오, 추석 등의 명절을 중심으로 매년 반복되는 민속으로 세시풍속을 지니고 있다.

 절식과 시식의 풍속은 건강관리와 정서 순화의 의미가 내포된 토착적인 관습으로 조상에 대한 보본반시의 정신과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켜 상부상조의 분위기, 개인을 허용하면서도 공동의 이익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를 조성했다.

의례음식
 우리 음식문화의 규범은 동양적인 사상과 윤리에 따라 정립되어 엄격했으며, 특히 조상에 대한 봉제사와 가족제도에 따른 식생활을 중요시해 우리 음식에는 조상숭배와 어른 공경의 사상이 내재돼 있다.

 우리 음식은 의례를 매우 중히 여겨 사람이 출생해 성장하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거치게 되는 출생, 삼칠일, 백일, 돌, 생일, 혼례, 회갑, 상례, 제례 등 개인 중심의 통과의례와 기농, 기풍어, 태안기원의 의미가 있는 계절제와 같은 마을 공동의 의식에서는 항상 정성스러운 마음가짐으로 일상식과는 그 구성과 양식이 전혀 다른 의례음식을 준비해 의미를 상징했다.
한국음식의 우수성 및 개선 방향

우수성
 전 세계적으로 건강식이라고 인정되고 있는 지중해식 음식과 견주어지는 우리 음식의 우수성과 앞으로 식사구성과 식사습관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살펴봤다.

 - 우리 전통 한국음식은 쌀과 잡곡으로 지은 밥을 주식으로 한 밥, 국, 김치, 반찬의 주·부식이 확연하게 분리된 식사구성으로 탄수화물 식품에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지방이 잘 조화된 균형식이다.
 

 - 식물성 식품의 섭취가 높고 동물성 식품의 섭취가 낮아 에너지와 동물성지방의 과다한 공급의 우려가 낮으며, 조리에서도 지방의 섭취가 낮은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 항산화성 등 식물성유용성분의 함량이 많은 콩류, 양념류,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다.

 - 인공적인 맛이 아닌 자연의 맛으로 음식의 밑 맛을 좌우하며, 만성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생리활성을 지니고 있는 김칟된장 등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있다.

 - 아침 식사를 중요시한다. 아침의 중시는 하루 영양공급의 균형을 이루고, 뇌 대사 기능 항진으로 업무능력, 학습능력, 운동능력 등을 향상시키며 비만 예방에도 효과적으로 합리적이다.

 - 식이지방의 섭취는 트랜스 지방산의 섭취가 적고, 포화지방산, 다가불포화지방산(특히 n-3 지방산), 단일불포화지방산의 구성이 적절하다.

개선점
 - 우유 및 유제품은 우리 식사에서 부족한 칼슘과 리보플라빈이 많은 식품이므로 간식 또는 아침 식사에 섭취하도록 한다.

 - 과일은 수분과 식이섬유소, 식물성유용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섭취해야한다.

 - 염분, 알코올, 뜨거운 음식, 태운 음식은 위암, 식도암, 간암 등 암을 촉진하는 인자이므로 섭취를 적극적으로 절제해야 한다.

 - 그릇중심의 함께하는 식사방법에서 음식을 각자 덜어 먹는 개인 접시를 사용하는 식사방법으로 한다.

정리 : 김 인 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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