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전력난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전문가들은 계속된 폭염으로 에너지 수요는 비약적으로 증가한 반면 공급되는 에너지는 고정돼 있어, 결국 전기수요가 전력공급을 초과할 것을 우려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상적으로 가동되던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력공급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이들은 2년 전 발생한 9.15 대정전이 떠올랐을 것이다.
 전력난이 발생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차적으로 전기 사용량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전기를 물 쓰듯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산업용 전기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1인당 주택용 전력소비량은 1240kwh로 OECD 평균 2448kwh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산업용 전력소비량은 연간 1인당 4617kwh로 OECD 평균 2445kwh에 비해 두 배 가량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력사용량의 53%를 산업체가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21%를 상위 10개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 프랑스 등 7개 비교대상 국가 중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하다. 전기요금이 저렴하기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사용량이 OECD 평균 전기사용량보다 낮다. 그 이유는 왜일까. 그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의 현행 전기요금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일반가정의 전기요금제는 6단계로 된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누진제 적용 전 기본전기요금은 상당히 저렴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모든 주부들은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이상 전기를 사용하게 되면 전기요금이 누진되어 전기요금폭탄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가정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체들의 사정은 어떨까? 아이러니하게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 전기요금보다 저렴할뿐더러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지도 않다.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이는 필요 이상의 전기사용을 부추기는 꼴이다. 과도한 전기사용을 억제할만한 현실적인 산업용 전기요금제도 시행이 절실한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전력난의 최대고비가 될 것이라 예상했던 지난달 12일부터 14일을 무사히 넘겼다. 이는 국민과 전국 공공기관 냉방기 가동을 중단한 공무원들이 흘린 땀의 성과다. 정부는 이들이 흘린 땀을 기억해야한다. 2년 전 9.15 대정전을 겪어 국민의 원성을 들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과 현실적인 대책 마련 또한 필요하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족하면 더 생산하면 되지'식의 생각은 근시안적 사고다. '깨진 독에 물 붓지 말라. 새는 구멍을 막은 다음 물을 부어라'는 말이 있듯이 가장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요금제도 개선을 통한 전기수요패턴의 변화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9월이 찾아왔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9.15 대정전도 8월이 아닌 9월에 일어나지 않았던가.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오는 겨울에는 전력경보소식이 들려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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