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는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폄하하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 줄임말이다. 최근 힙합계에서 나온 '디스전'이란 랩 특유의 은유와 라임을 살려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음악적 우위를 가리는 것이다. 디스전은 자유의 음악, 또는 대중의 음악이라고 불리는 힙합장르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문화다.

지난달 힙합가수 '스윙스'가 'kingswings’란 앨범을 발표하면서 진정성을 잃은 한국 힙합의 수준을 경고하며 힙합계를 상대로 디스전 을 시작했다. 이에 수많은 힙합가수들이 스윙스 의 도발에 맞대응한 곡을 제작하여 발표하는 일이 계속됐다.

한 가수의 도발과 이에 대한 여러 의견이 분분할 때 즈음 새로운 형태의 '디스전'이 시작됐다. 힙합의 상업화를 비판하는 취지의 디스전의 성격이 변질된 것이다. 슈프림팀으로 활동하던 이센스라는 가수가 유명 힙합 가수를 비하하거나 전 소속사와 관련된 내용을 온갖 욕설로 풀어내면서 잠잠해지던 디스전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이후 이 디스전에 다양한 힙합 가수들이 참가하며 음악계에 더욱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디스전 을 평가하자면 크게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먼저 그동안 비인기 장르로 불렸던 '힙합'의 대중적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2013 힙합 페스티벌의 예약률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 예약률 3위에 등극할 정도였다.

이처럼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았으나 욕설이 난무한 디스전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대부분이다.

상대가수에게 욕설, 비난을 하는 '디스'의 수위가 높았다는 말이 많다. 노준영 음악평론가는 "참여한 대부분의 곡들은 음악적 완성도를 보장하지 않은 채 진실공방이나 인신공격에만 집중하면서 더 이상 음악적 게임이 아니게 됐다"고 말한바 있다.

이번 '디스전'을 시작한 '스윙스'는 미국의 '켄드릭 라마'의 '디스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디스전'과 한국의 '디스전'은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 디스전의 경우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가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유희적 표현의 가사를 사용했다. 그리고 이에 답하는 노래가 만들어지고 진정한 '디스'가형성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무작정 욕을 하는 것에 머물고 말았다. 자극적인 욕이 가사에 포함됐던 것이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더욱 자극적 표현을 위해 욕설을 일삼았다.

힙합가수들이 모여 서로의 실력을 뽐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번 '디스전'은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아픔만 남고 끝난 헤프닝이 됐다.

'디스전'이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일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자유의 음악, 대중의 음악이라는 명분을 가진 힙합이지만 그 안에 담아내는 내용은 '비난'이 아닌 '비판'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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