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사랑해요 한글'도 '시작'이란 의미에서 발음과 맞춤법 간의 관계에 대해 몇 주에 걸쳐 검토해보려 한다. 
 한국어의 모음은 일반적으로 10개로 규정된다. ㅏ, ㅐ, ㅓ, ㅔ, ㅗ, ㅚ, ㅜ, ㅟ, ㅡ, ㅣ 등이 그것이다. 한국 사람이라 하더라도 10개의 모음 중 몇 가지는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젊은층으로 한정한다면 온전히 발음할 수 있는 모음은 ㅏ, ㅓ, ㅗ, ㅜ, ㅡ, ㅣ 6개뿐이다. 나머지 ㅐ, ㅔ ; ㅚ, ㅟ가 문제된다. 일단 ㅐ, ㅔ가 들어 있는 '개', '게'의 발음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니 나아가 '괘도(掛圖)/궤도(軌道)'에서의 첫 글자 발음 또한 같아져 버린다. 또 '돼[←되어]'와 'ㅚ'가 개재된 '되[한 되]' 또한 구분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ㅟ'는 다른 모음 'ㅐ', 'ㅔ', 'ㅚ' 등과 구분하여 쓸 수는 있지만 제대로 발음하기란 어렵다. 독일어에서 'Munchen 뮌헨'의 'Mun 뮌'을 발음할 때와 같이 입술 모양이 둥글게 유지한 상태에서 발음을 해야 한다. 우리가 발음하는 'ㅟ'는 영어 'with'의 'wi'에 가까운 반면, 표준 발음은 'u'에 가까운 것이다. 입술 모양의 차이라는 견지에 설 때 한국 사람은 대체적으로 모음 7개만을 발음하고 살게 된다. ㅏ, ㅓ, ㅗ, ㅜ, ㅡ, ㅣ, E(ㅐ, ㅔ의 중간 발음)가 그것이다. 이 때문에 표기에서 많은 것이 헷갈리게 된다.
 
 (1) 요컨대(0)/요컨데, 청컨대(0)/청컨데, 생각건대(0)/생각건데
 (2)돼도, 돼서, 됐다, 됐습니다, 됐습니까 ; 쫴도, 쫴서, 쬈다, 쬈습니다, 쬈습니까 ; 봬도, 봬서, 뵀다, 뵀습니다, 뵀습니까 ; 괘도, 괬습니까 ; 쇄도, 쇘습니까 ; 쐐도, 쐤습니까 ; 아ㅤㄹㅙㅤ도, 아뢨습니까 cf. 다음 주에 봬요(0)/뵈요
 (1)에 제시된 예는 세 번째 글자(ㅐ/ㅔ)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와 관련된 '대개[대체로]', '(영덕이나 울진에서의) 대게' 등은 사실 무조건 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에 제시된 예는 그래도 방법이 있다. (2)에 제시된 동사의 기본형은 '되-', '쬐-', '뵈-' 등이다. 'ㅚ'가 개재된 경우, '되어도', '되어서', '되었습니까' 등에서 첫 두 글자는 한 글자로 줄여 쓸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돼도', '돼서', '됐습니까'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되어도', '되었습니까'의 '되-'는 입모양을 동그랗게 유지하면서 발음해야 하며, '돼도', '됐습니까'의 '돼'는 평소 발음 그대로 하면 된다. 
 '되어서'의 준말이 '돼서'인 것인데 이를 '되서'로 쓴다면 '먹어서'도 '먹서'로 써야 그 나름대로 통일성이 있을 것이다. '먹어서'를 '먹서'로 쓰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이 '되어서'도 '되서'로 쓰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유 없이 '어'를 탈락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금새/금세', '요새/요세'도 모음 발음을 못하니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전자인 경우가 후자에 이끌려서 '금새'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는 '금시초문'을 생각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금시+에'가 '금세'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 결합을 굳이 '금새'로 적을 필요는 없다. 
 특정 형태는 머릿속에 이미지화될 수 있다. 헷갈리는 표기의 경우 한번 써보고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바로 그 근거가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틀린 표기를 그대로 이미지화할 것이다. 특히 (2)에 제시된 예는 방송국 자막 표기에서도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 언중이 잘못 이미지화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임석규(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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