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먹-', '쳐먹-'과 같이 발음 구분이 어려운 것은 적을 때마다 헷갈리게 된다. '하얘지-'를 제대로 적는 학생이 많지 않은 것도 발음과 관계되어 있다. '하얘지-'를 제대로 적는 이도 있지만 '하애지-', '하에지-', '하예지-'로 적는 이도 많다. '허예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허예지-', '허얘지-', '허애지-', '허에지-' 다양하게 확인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얘지-'를 '하예지-'로 쓰는 것은 '요컨대'를 '요컨데' '간대요'를 '간데요'로 쓰는 것과 같은 유형이다. 이것은 바로 '에'와 '애', 두 모음을 변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결과이다. 다만 '하얘-'를 '하애-', '허예-'를 '허에-'로 쓰는 것은 그와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어에는 첫째 음 이외의 위치에 '에'나 '애'가 놓일 때 그 발음이 구분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예'나 '얘'로 적는 경우가 허다하다. 얼마 전 모방송국에서 '조에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ㆍ방영한 적이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 표기 '조예족'이 등장하는 것은 말릴 권한이 없다. 바로 둘째 음에 '에'와 '예'의 발음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하얘지다', '하애지다'; '허예지다', '허에지다'를 잘못 쓰는 경우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사실 '아예∼아에(맞는 표기)' 등도 헷갈리기 마련이다. 또, '누에(맞는 표기)'를 '누예'로 써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누에'로 써왔기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누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해당 발음을 듣고 '누에'로 써도 무방하고 '누예'로 써도 무방하다. 우리가 가장 헷갈려 하는 '노트에요'와 '노트예요(맞는 표기, 명사에 받침이 없으면 '-예요', 받침이 있으면 '-이에요')'와 '공책이에요(맞는 표기)'와 '공책이예요'도 같은 이치로 접근할 수 있겠다.

 한편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있다. 몇 년 전 시청률이 매우 높았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거기에서는 여주인공(신세경)이 곤경에 처했을 때 남주인공(장 혁)에게 '끝말잇기 놀이 장소'인 '繼言山(잇다 계, 말씀 언, 산 산)'이라는 암호를 남긴 적이 있다. '계언산'은 바로 두 주인공이 어렸을 적 끝말잇기를 하면서 놀던 추억의 장소이다. '계언산'에 대해 배우들은 모두 '게연산/개연산'이라 발음한 바 있고, 시청자 게시판에도 온통 '계연산', '개연산'이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발음과 관계된 쓰기 오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계언산'을 '계연산'이라고 적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첫 번째 글자 '계'가 아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그것도 대학생이라면 '계'와 '걔', '게', '개'는 구분해서 발음하지 못한다. 사실은 두 번째 '언'을 '연'으로 쓴 것이 특이하다. 바로 '애'나 '에' 뒤에 '아', '어', '오', '우' 등이 더러는 '야', '여', '요', '유'로 발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역사적인 이유로 접근하는 학자도 있지만 특이함에 틀림없다. 이러한 부류로 대아동∼대야동(군산시), 대아수목원∼대야수목원(완주군) 등을 들 수 있다. 고유명사인 '대아수목원', '대야동' 등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필자도 계속 헷갈린다. 그곳과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은 좀 유리할 수 있다. 계속 이정표를 보다가 보면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따금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헷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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