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화론의 태동
 
 생물진화에 대한 사상은 17세기 후반에 들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게 되는데, 프랑스의 박물학자인 뷔퐁은 생물에 불완전하거나 퇴화한 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종의 불변설을 의심하게 되고, 19세기가 되어 과학자들이 종교의 제약에서 다소 자유롭게 되자 처음으로 진화론을 제창한 사람이 바로 "용불용설"을 주장한 라마르크이다. 영국의 대학들은 윌리엄 페일리 신부의 『자연신학』이라는 책의 영향으로 "종은 신이 특별한 목적에 따라서 창조되었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지만, 뷔퐁의 영향을 받은 다윈의 할아버지인 이레즈머스 다윈도 생물진화에 대한 주장을 그의 저서인 『쥬노미아』에서 주장하였고, 다윈이 잠시 의학수업을 받았던 에든버러 의과대학의 로버트 그랜트도 라마르크의 이론을 적극지지하고 "모든 동물은 해면동물로부터 진화하여 가지를 이루었다”고 주장하는 등 생물진화에 대한 사상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여, 결국 1859년 다윈에 의해서 “우리가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책, 『종의 기원』이 출간된 것이다.
 
 2. 사회적변화의 흐름
 
 19세기 초반 40년의 영국사회는 대단히 불안정했다. 그 당시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활은 비참하여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어 있었다. 1850년대부터 산업혁명에 힘입어 새롭고 다양한 경제체제가 활기를 띠어 노동력의 형태가 다양화되어 공장들은 활기를 띠었고, 증기와 석탄 산업에 투자가 늘어나는 등 영국 전역에 구석구석 발전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다윈의『종의 기원』이 출판될 당시에는 영국 어디에서나 다양화, 전문화, 그리고 진보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을 접할 수 있었다. 
 한편 영국사회는 규율의 이완, 신학상의 자유주의의 영향, 가톨릭교회의 세력 강화 등에 의해서 위기적 상황에 처해있던 당시의 영국 교회의 상황을 반영하듯이 신이나 성서, 교회에 의지하지 않는 사상가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인간의 사유는 신이 준 선물이 아니라 뇌의 생리활동의 부산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등장하였다. 이렇듯이 영국의 유서 깊은 대학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었던 『자연신학』을 거부하기 시작하였고, 1844년에는 로버트 체임버스가 익명으로 출판한 『창조, 자연사의 흔적들』이라는 책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등 생물의 진화에 대한 이론은 진보적인 사상가들에게는 더 이상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처럼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할 즈음에는 사회는 전반적으로 신을 뒷전으로 내몰고 종교에 회의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3. 종의 기원의 내용구성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종은 신에 의해서 창조되어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종은 변한다."는 신념을 주장하기 위하여 총 14장에 걸쳐서 길게 논증을 하고 있다. 제 1장에서는 "사육 재배에 있어서의 변이"를 다루었는데, 인위적인 선택에 의해서 짧은 시간 안에 유전적 변이가 일어난 다는 것을 고양이, 비둘기, 닭, 말, 개 등 매우 다양한 사육동물의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연구나 뛰어난 육종가들의 능력을 소개하여 다양한 변종을 만들어 내는 놀라운 힘을 강조함으로써 인위적인 선택으로 "종은 불변한다."는 기존의 개념을 타파하는데 처음부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2장에서는 인위선택에 의한 종의변이에 대한개념을 자연 상태의 생물에게로 돌려서 자연 상태의 종에도 변이가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윈은 자연 상태의 종과 변종은 그 구분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많은 사례를 들어 종은 "변화를 수반하는 유래"라고 보고,  사소한 차이를 나타내는 개체가 점진적으로 누적됨에 따라 두드러진 변종이 되고, 확실한 다른 종으로 변해간다는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고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변이들로부터 어떻게 새로운 종들이 나타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다윈은 3장에서  "생존경쟁"에 대하여 설명한다. 다윈은 모든 생물은 생존할 수 있는 수보다 많은 개체가 생산되기 때문에, 생물 개체 간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조건과도 생존경쟁을 피할 수 없고, 생존경쟁을 통해서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개체에게 유익한 변이는 자손에게 대대로 보존된다고 보았다. 4장에서는 생존경쟁이 변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자연선택"을 소개한다. 다윈은 인간이 단순한 개체적 차이를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축적하여 확실하게 큰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처럼, 자연도 그렇게 할 수 있고, 게다가 이 경우에는 인간이 한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오랜 시간을 들일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대단하다는 다양한 예를 소개하여 자연선택이 얼마나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다윈은 이러한 자연선택을 통하여 "형질의 분기"가 이루어져 새로운 종이 형성된다는 중요한 원리를 제시한다. 
 5장에서는 "변이의 법칙"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 부분은 변이가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변이의 법칙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음이 드러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유전에 관한 현대적 지식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통찰력이라고 볼 수 있다. 다윈은 유전형질들이 마치 물감처럼 섞여서 나타난다는 "융합유전"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이론이 비판의 공격을 받게 되는 결정적인 빌미가 되지만, 그가 알고 있었던 변이의 법칙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명쾌한 답을 줄 수 없었다. 아마도 다윈이 현대의 유전학에 관한 지식을 갖고 다시 태어난다면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윈은 자신의 이론이 확실하다는 신념은 의심치 않았지만, 그의 주장을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출판 후에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미리 자신의 견해를 6장과 7장 그리고 8장에 미리 밝혀둔다. 그 첫 번째 문제로 "이행적 변종을 왜 찾아보기 어려운가?"에 대한 답으로 새로운 변종이 경쟁관계에 있는 조상형의 지위를 빼앗아 멸종시켜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두 번째 문제인 "특수한 습성과 구조를 가진 생물이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한 답은 하늘다람쥐, 박쥐, 가죽날개원숭이, 팽귄 등을 들어서 우연히 생긴 변이가 세대를 거친 자연선택에 의해서 더욱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눈과 같은 복잡한 기관도 점진적으로 변이가 축적되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세 번째로 제기한 본성에 대한 자연선택의 문제는 진딧물을 예로 들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선택되는 것이고, 자연선택에 의해서 본성도 변화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종은 신에 의해서 따로따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종간 교잡은 불임이 된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의 비판에도 대비한다. 그러나 다윈은 종간 교잡이 임성과 불임성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지만, 유전과 생식현상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에 잡종이 왜 불임이 되는지는 잘 알 수 없었다. 현대의 유전학적 지식으로는 잡종불임을 쉽게 설명할 수 있지만, 다윈은 "생식기관계의 알려지지 않은 차이"에 의해서 잡종이 불임이 된다고 솔직히 말하고 있다. 
 9장에서는 화석기록을 바탕으로 과거 생물들을 자연선택설로 설명한다. 다윈은 과거의 생물들은 불완전한 지질학적 기록 때문에 화석에서 중간 고리를 찾을 수 없다고 보았다. 
 10장에서는 지질학적 천이를 통해서 자연선택이 과거에도 작용하였음을 주장한다. 다윈은 멸종한 종과 현존하는 종사이의 유연관계를 "모든 생물은 공통조상에서 유래한다."는 계통의 원칙과 "형질의 분기"원칙이 있기 때문에 서로 밀접하게 겹쳐진 지층의 생물 유해가 떨어진 지층 속에 있는 것보다 서로 매우 닮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현재 생물의 지리적 분포를 통해서도 새로운 종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소개한다. 다윈은 먼저 지구표면의 생물분포의 유사성과 차이를 기후나 그 밖의 물리적인 조건으로 설명할 수 없음, 어떤 종류의 장벽이 여러 지역의 생물차를 만든다는 점, 그리고 장소에 따라 종들이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동일한 대륙이나 해양의 생물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각각의 종이 여러 군데서 동시에 창조된 것이 아니라 어느 한 곳에서 발생하여 여러 곳으로 이주한 다음, 각기 다른 물리적 환경과 생물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한 생존경쟁을 통한 자연선택의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걸어 현재 생물의 지리적 분포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13장에서는 다윈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종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생물의 상호유연관계를 들어 설명한다. 그 증거로 형태학적인 예로는 상동기관의 존재를 들었고, 발생학적인 증거는 같은 강에 속하는 서로 다른 동물의 배가 매우 닮았다는 점을,  또한 흔적기관으로 포유류 수컷의 유방, 왕뱀의 골반과 뒷다리의 흔적, 고래의 배에서 볼 수 있는 이, 새의 배에서 볼 수 있는 이, 날수 없는 곤충의 날개 등등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14장에서는 앞에서 논의한 자신의 이론인 "모든 생명체는 자연선택에 의해서 진화한다는 것은 사실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의 수레바퀴는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말을 맺는다. 
 
 4. 우리는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서 지금까지 "모든 생물은 신에 의하여 각각 창조되어 불변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으려 했던 것이다. 그 당시에 태동되기 시작한 생명진화에 대한 문제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입증하기 위해서 다윈은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탐구하고 사색했으며, 고뇌했다. 그리고 마침내 생명체는 자연선택에 의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진화이론을 정립하게 된 것이다. 모든 생물은 생물의 특징 중 하나가 증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 수보다 더 많은 개체가 태어나게 된다. 따라서 각 개체들은 같은 종이나 다른 종의 개체들에 대해, 그리고 물리적 환경에 대해  생존을 위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수천 세대에 걸친 거대하고 복잡한 이런 생존경쟁에 놓인 생물들이 어쩌다가 변이가 일어나게 되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이로운 변이는 보존되고 해로운 변이는 배제되는 "자연선택"의 원리에 따라 자연계에서는 활력 있고 건강하고 운이 좋은 것들이 살아남아 번식한다고 다윈은 보았다. 그리고 이런 원리에 따라 모든 생명이 하나의 근원에서 출발하여 분기와 소멸이 거듭되어 오늘날 지구를 아름답게 수놓은 커다란 "생명의 큰 나무가 형성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의 마지막에서 “이 행성이 확고한 중력으로 회전하는 동안 단순한 발단에서 지극히 아름답고, 놀라운 생명 형태가 끝없이 태어났고, 지금도 태어나고 있다"고 이야기 한 구절은 우리 인간도 다른 생명체와 다름없이 진화의 산물로서 여기에 존재하는 것인 만큼, 마치 이 지구의 주인인양 행동하지 말고,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그럼으로써 지구는 보다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생명체들로 넘쳐나게 될 거라고! 대자연에 대한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가르침으로 들린다.  
 김원신 교수(생명과학부)
 <강사소개>
· 원광대학교 생물교육 전공.
· 일본 쯔쿠바대학 석사,박사 졸업.
· 미국 NIH 객원연구원, 전라북도 생물벤처기업지원센터 운영위원, 원광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장 역임.
· 주산학술연구재단 이사.
· 저서로 『생화학의 이해』외『환경과학』, 『유전자 혁명』,『킴볼생물학계Ⅰ』, 『인연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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