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여름, 교수신문에서 주최하는 전국대학언론 기자학교에 참가했다.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기자는 행사에 참가한 전국의 학보사 기자들과 스스럼없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당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던 학보사 기자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대학생 기자로 활동하면서도 자신을 진정한 언론인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는다고 했다. 

이유인 즉 주간 교수와 대학의 편집권 침해로 인해 대학 당국에 대한 비판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도 내용이 대학의 이미지 추락과 밀접할수록 취재를 거부당하는 일이 잦아 지칠 대로 지쳐있다고 했다. "대학 비판 보도가 편집권 침해로 축소되고 보니 어느덧 대학신문이 학교 홍보지가 되어있었다"라고 말한 한 학보사 기자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난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배재정 의원(민주당·비례)이 민주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와 공동으로 '대학 학내 언론의 자유' 현황을 조사했다. 설문 조사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4년제 38개 대학에서 활동하는 대학언론인 13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설문조사 결과 교수진과 학교당국 및 정책에 대한 비판보도는 각각 19.1%와 18.3%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답했다. 반면 학내이슈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판보도는 각각 77.1%와 67.9%가 "자유롭다"고 응답했다. 보도내용이 대학에 밀접할수록 탄압도 증가한 셈이다.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대학언론인 스스로 '자기검열'을 한 경험도 32.8%나 됐다는 것이다. 자기검열의 이유로 '소송이나 학교 제재 및 징계에 대한 두려움'(34.3%)이 가장 컸다. 이어 '기자 또는 동료들의 지위 및 대우의 안전에 대한 협박'(25.7%), '학사·교무상의 보복이나 평판에 대한 공격'(22.9%), 기타(22.9%)가 그 뒤를 이었다. <참조 : 한국대학신문>

학교를 감시하고 학내여론을 형성하는 대학언론이 편집권 침해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편집권 침해는 대학 언론인들의 자기검열이라는 악순환으로 돌아온다. 학보사 기자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함께 고민하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생각한다.

대학과 학보사 사이의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 언론의 편집권을 침해하고 있는 일부 대학 당국은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이미지 추락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대학 언론의 객관적인 보도를 통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진단하며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본인 스스로의 주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뿌리가 단단한 나무가 비바람을 견디듯, 기자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이라는 근간이 제대로 자리 잡혀 있다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대학언론의 주체성 또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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