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않'이 헷갈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모양이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것도 두 발음이 같기 때문에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그 규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런 것도 틀리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인데 의외로 틀린 표기를 많이 볼 수 있다. 
 
(1) 안 가더라도 / 않 가더라도 ; 안 먹지 / 않 먹지
 cf. 가지 않더라도, 먹지 않지  
 
(1가), (1나)는 모두 앞 표기가 옳다. 이유는 간단하다. '안'은 '아니'의 준말이다. '아니 가더라도', '아니 먹지'가 줄어서 '안 가더라도', '안 먹지'로 되는 것이다. 반면 '가지 않더라도', '먹지 않지'는 '않-'으로 표기되어 있다. '않'은 바로 '아니하'가 줄어서 된 말이므로 'ㅎ'의 존재를 인식하게 한다. 각각 '가지 아니하더라도', '먹지 아니하지'가 줄어서 된 말이다. '아니하더라도'에서 '아니하'를 '않'으로 대치해 보면 그 대응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니하'에서의 '아, ㄴ, ㅎ'이 모두 '않-'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상을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일단 (2)와 같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2) '안 가더라도'와 같이 띄어쓰기 단위에서 앞 부분에 놓이면 '안', '가지 않더라도'와 같이 띄어쓰기 단위에서 뒤 부분에 놓이면 '않'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이 문제될 수 있다. 
 
(3) 용서 않 하고
 cf. 용서 않고
 
'안/않'이 '용서' 뒤에 놓였으니 '않'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런데 이 때는 '용서'를 제외한 '안 하고'를 띄어쓰기 단위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띄어쓰기 단위에서 앞 부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않'으로는 적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용서 않고'는 '용서하지 아니하고'의 준말이니 문제가 없다. 원래는 '용서하지 않고'로 적어야 하지만 '하지' 전체가 생략되어 '용서 않고'와 같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약간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4) 가. 안 간다 / 않 간다 
  나. 가지 않는다
 
(4가)도 띄어쓰기 단위에서 앞 부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안'으로 적어야 한다. (4나)는 뒤 부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않'으로 적어야 한다. 그런데 본말을 생각해 보면 (4나)에서는 약간의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않는다'는 '아니하는다'로 환원될 수 있다. 문제는 '아니하는다'가 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라는 것이다. 사실 (4나)의 본말은 '가지 아니한다'인 것이다. '아니한다'에서 '아니하'를 '않'으로 바꾸면 '않ㄴ다'가 되어야 하는데 (4나)에서는 '않ㄴ다'가 '않는다'로 교체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인지 모를 일이다. '먹는다'와 '간다'를 대비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같은 현재형인데 하나는 '-는다', 하나는 '-ㄴ다'로 나타난다. '않-' 뒤에 '-는다'를 붙여야 할까? '-ㄴ다'를 붙여야 할까? 마찬가지로 '아니하-' 뒤에 '-는다'를 붙여야 할까? '-ㄴ다'를 붙여야 할까? 이를 고민해 보고 해답을 얻으면 된다(참고로 '안'은 항상 뒤따르는 말과 띄어 쓴다는 것을 명심해 두자. "대답을 안 해 주시면 다시는 안 물어 볼래요."와 같이 쓰면 된다.).    
 
※ 원대신문 1229호(10월 7일자)의 '사랑해요 한글'에서 잘못 표기한 부분이 있어 바로잡습니다.
['아예∼아에(옳은 표기)'를 '아예(옳은 표기)∼아에(틀린 표기)'로 수정합니다]. 
 
 임석규 교수(원광대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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