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표준어가 무엇인지? 즉 표준어의 요건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표준어의 요건에 대해 검토하려는 이유는 ≪한글맞춤법≫ 총칙 제1장 제1항에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표준어는 표준어 규정에 그 요건이 명시되어 있다. 표준어의 요건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이 원칙이다. 여기에는 네 가지 요건이 명시되어 있다. 물론 부가적으로 '원칙으로 한다'는 조건도 확인할 수 있다. 
(1)
가.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말 
나. "두루" 쓰는 말
다. "현 시대"에 쓰는 말   
라. "서울말"
 (1가)의 "교양" 있는 사람이란 사실 모호한 개념이다. 기준을 정확히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으로 파악하면 될 듯하다. "교양". 당시 규정에 참가한 사람들의 고민이 역력히 느껴진다. 언어활동에서 "교양"이란 다음 몇 가지에서 드러난다.  
 (2) 가. 밥 먹으세요→진지 드세요, 술이 과하셔서→약주가 과하셔서, (할아버지) 아프니까→편찮으시니까, 선생님께 줘라→선생님께 드려라 
    나. 빨리 오세요→얼른 오세요, 모가지가 아파서→목이 아파서, 생깐다→모른 척한다
 한국어는 높임법 내지 높임말이 발달해 있다. (2가)와 같은 표현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2나)의 '빨리'라는 표현은 점잖지 못한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모가지', '생깐다' 등의 비속어는 물론, 점잖지 못한 유행어 또한 "교양"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2)에 제시된 표현에 익숙한 사람들이 바로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1나)의 "두루" 써야 한다는 요건은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다. "두루"가 의외로 중요하다. 서울에 사는 교양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주름살'을 '살쭘', '오징어'를 '오징아', '뺨'을 '빰', '희로애락'을 '희노애락'이라고 하는 것은 "두루" 사용되는 말이라 보기 어렵다(이상 나열된 후자는 서울 토박이 노년층에서 엄연히 확인되는 말이다). '어디루', '먹구' 등도 "두루"라는 요건에 위배된다. 1930년대 소설 ≪천변풍경≫에는 '먹구', '어디루' 등의 형태가 빈번히 확인되나 이는 교양 있는 사람들과 관계없다고 표준어로 삼지 않았다고 한다. 중인층의 말이라고 한다. 
 (1다)의 현 시대에 쓰는 말이라는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표준어와 맞춤법을 언급함에 있어 현대라는 요건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1라)의 서울말이라는 요건은 서울 지역에서 쓰는 말이라는 뜻이 아니다. 서울로 이사 온 집안에서 수십 년 동안 소위 '팔다'라는 의미로 '돈 산다'라는 표현, '집에서'라는 의미로 '집이서'라고 하는 표현을 쓴다고 했을 때 이를 서울말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 일부 서울 사람들이 쓴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두루'라는 요건에도 위배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국에는 서울토박이 말이라고 하는 것을 줄여서 서울말이라 표현한 것인데, 토박이의 기준은 일반적으로 3대 이상 서울서 살아 온 화자라는 뜻으로 파악하면 되겠다. 대상자의 나이를 50으로 잡는다고 해도 1대를 30년으로 잡으면 약 100년 이상을 서울에서 살아왔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 1900년생. 거의 사대문 안에서 살아 온 사람과 얼추 맞아 떨어진다고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임석규(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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