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고려대에 재학 중인 주현우 씨가 대학 후문에 '안녕들 하십니까'를 첫 문장으로 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에서는 철도노조 파업,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밀양 송전탑 사건 등을 언급했다. 
 지난달 14일에는 대학생 300여명이 '내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가 적힌 피켓과 종이를 들고 성토대회를 열었으며 철도 민영화 반대와 파업에 지지한다는 뜻을 모았다. 이는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모았고 순식간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비슷한 대자보가 대학가에 성행하기 시작했다. 또한 페이스북에는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가 개설돼 지난달 말에 '좋아요' 26만개를 기록했으며 이와 유사한 페이지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 대자보의 내용은 철도 민영화와 관련된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후에는 다양한 사회 현안과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자유대학생연합은 "실체 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는 반박 대자보를 붙였으며 조선일보에서는 대자보가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또한 일간베스트저장소에는 고려대 철도파업 대자보를 찢어버렸다는 글과 인증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JTBC는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대학 너머까지 확산되는 것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53%, '공감하기 어렵다'가 23.7%, '잘 모르겠다'가 23.3%로 상당수 시민들이 공감을 표했다.
 최근 한 달 동안 대자보가 확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일상적인 언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시작과 끝에 들어간 이 문장은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호소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이들은 20년 만에 다시 손수 작성한 대자보를 통해 아날로그 방식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이전과 달리 대자보는 온라인에도 게재돼 오프라인에 힘을 싣고 있다.
 대자보를 통해 대학생들이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누구보다도 앞장 서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대학생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관심으로 일관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대자보는 대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좀 더 명확한 근거와 대안이 필요하지만 젊은 대학생들이 현실을 바로 인식하고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최근에는 보건의료노조가 전국병원에 대자보를 붙이며 의료민영화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대학생에서 시작한 대자보가 현재는 다양한 세대로 전파되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같은 현상은 한시적인 유행으로 끝나기보다 모두가 안녕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물론 대자보에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이성적 대안이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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