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여느 때처럼 인천국제공항은 북적거렸다. 베트남 출국을 위해 탑승수속카운터에서 짐을 부치고 있을 때였다. 'Help me!' 등 뒤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외국인 여성과 우리나라 중년 남성이 가방 하나를 붙잡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가방은 외국인 여성의 것으로 보였다. 무슨 일인지 외국인 여성은 중년 남성에게 5만원권 지폐를 건네주며 가방을 되찾으려 애를 쓰고 있었고, 중년 남성은 주는 돈을 무시한 채 '어딜 도망가려고 해'라며 가방끈을 놓지 않았다. 이상한 광경이었다.
   분위기가 상당히 살벌했기에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몰렸다. 그러나 누구 하나 제지하려하지 않았다.
   일단 그 상황에 끼어들기로 했다. 두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대략적인 상황을 들었다. 중년 남성은 택시기사였다. 그는 "외국인 여성이 택시비를 내지 않고 도망쳤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외국인 여성은 "택시기사가 택시요금으로 15만원을 요구했다"며 "말도 안 되는 금액"이라고 토로했다. 어디서 택시를 탔냐는 물음에 반포동이라고 답했다. 반포동은 서울특별시에 속해 있다. 행여 반포동 외곽지역에서 택시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금액이 나올 리 없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도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씩 던졌지만 택시기사는 막무가내였다.
   잠시 후 외국인 여성의 가족들과 공항직원이 나타났고 상황이 정리될 조짐이 보였다. 나는 비행기 탑승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일이 있고 며칠 뒤에 길 찾기 어플을 통해 반포동에서 인천공항까지의 택시비를 알아봤다. 통행료를 포함해 5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 화면에 나타났다. 외국인 여성은 소위 말하는 바가지를 쓴 것 이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이국땅을 밟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국인 관광객은 상대적인 약자다. 이런 점을 악용해 택시기사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부당한 택시요금을 받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달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 요금을 받아온 외국인관광택시 52대를 적발해 운전면허를 박탈했다고 밝혔다. 한때 택시범죄가 기승을 부릴 때 사람들이 택시 이용을 꺼리고 모든 택시기사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듯, 이런 일들이 연이어 보도될 때마다 택시를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택시 미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관광이란 '다른 지방 혹은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타국을 찾은 관광객에게는 길가에 들어선 건물이나 포장마차는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마저도 신선한 자극과 추억으로 다가온다.
   더 이상 부당 택시요금으로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택시기사들의 자발적 참여로 해결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미터기 부정조작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관광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나라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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